남과 북이 2일과 3일 연이어 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장성급회담을 열어 한반도 긴장완화를 꾀하고 있는 사이 한미 양국 간에는 주한미군 감축과 용산기지 이전부지 연계를 둘러싸고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7일 제9차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FOTA) 전망마저 불투명해지고 있다. 3일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 이뤄진 FOTA 실무협의 과정에서 우리측은 주한미군 감축 규모에 비례해 용산기지 이전 예정지인 오산·평택지역의 부지도 축소조정할 것을 거론하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측은 이미 지난해6월 우리측에 주한미군 1만2,000명 감축이 포함된 해외주둔미군 재배치(GPR)계획을 밝힌 만큼 그동안 논의에서 '주둔군 슬림화'라는 GPR의 원칙이 반영됐음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외교 소식통도 "감축규모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지규모에 GPR개념이 포함됐다는 설명을 우리측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는 "기지규모는 앞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두고 한미간 협의를 해야 할 사항"이라고 사전협의를 부인했다.어쨌든 주한미군 감축과 기지이전의 연계를 두고 한미간 이견은 뚜렷해 보인다. 협상의 전제인 감축문제를 두고 기지이전 논의를 먼저 진행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로써 가서명 단계의 FOTA회의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이전부지 규모에 대한 합의까지 마치고 7일 개원하는 17대 국회에 용산기지 이전의 포괄협정과 기본합의서를 상정해 비준동의를 받을 예정이었다.
정부는 최근 동맹 재조정이 공론화한 이후 가능한 채널을 모두 가동해 미국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워싱턴을 방문해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2일과 3일 연쇄회동하고 조영길 국방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만나 주한미군 감축 등 현안을 논의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전문가는 "중대한 안보협상을 앞두고 서둘러 막후접촉에 나서는 것은 정부의 사전준비 미흡을 방증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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