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메아리]케리는 다른가

입력
2004.06.04 00:00
0 0

지금은 세계의 시선이 온통 이라크에 쏠려있지만, 북한 핵이 조만간 국제사회의 중심 이슈로 떠오를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미국에게 가장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은 테러이며, 장차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나 핵물질을 보유하는 것을 경계하는 정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예를 들면 2001년의 9·11테러를 상기할 때도 비행기에 핵폭탄이나 핵물질을 싣고 뉴욕 같은 대도시에 자살테러를 감행할 가능성까지를 염두에 두는 것 같다.얼마 전 외신은 북한지도부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 상원의원이 승리하기를 바란다는 뉴스를 전한 바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체제 붕괴까지 거론해온 부시가 북한에게 결코 반가운 존재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면 케리 상원의원은 과연 북한이 반길만한 인물인가.

케리 상원의원이 최근 미국의 안보와 관련하여 북한핵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은 매우 주목할 일이다. 케리 상원의원은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우선 그는 "부시대통령이 이라크에 몰두하는 바람에 북한과 이란에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할 시간을 허락함으로써 미국을 위험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자신이 집권하면 6자회담과는 별도로 북한과 직접 양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직접대화와 개입을 강조하는 케리의 북핵 접근방법에 솔깃할 수 있다. 그러나 흘려 넘기지 말아야 할 일은 북한핵에 대한 케리의 위험인식이 부시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케리는 핵테러를 미래 미국안보의 중대한 위험으로 간주하고 또 이런 맥락에서 북한핵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이는 곧 북한 핵의 위험성은 미국의 초당적 인식이라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하여 두개의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는 "북한이 몇 개의 핵폭탄을 만들었을까"이다. 이 질문에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한 소수 북한실세와 핵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엄선된 과학자뿐일 것이다. 둘째 질문은 "미국 정부는 북한이 몇 개의 핵폭탄을 갖고 있다고 평가할까"이다. 이 질문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답은 진실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평가는 진실과 상관없이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의 위기는 북한의 핵 보유 진실보다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난 4월말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합동으로 비공개 보고서를 작성했고, 북한이 8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2월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의회에서 "미국 정보기관은 1990년대 중반에 북한이 1개 또는 2개의 핵무기를 생산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두 달 만에 2개에서 8개로 상향조정된 것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5월말 북대서양조약기구 의회연설에서 "북한핵문제는 현재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북한이 자위를 위해 핵무장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보내는 최악의 신호"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의 명단을 실었다. 그 명단의 앞부분에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이 올라있다. 그가 상위랭킹에 올라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북한핵 문제의 폭발성을 미국 지식인들이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곳곳에서 북한 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위험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다가서는 위기에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스럽다.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지난 1년을 국가안보의 IMF사태라고 회고했지만 결정적 위기는 지연되어 왔을 뿐이다. 이에 대비하는 정부의 모습에서 어쩐지 불안감을 씻어낼 수 없다.

/김수종 주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