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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만평 조성 파주출판 단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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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만평 조성 파주출판 단지 르포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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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으로 출렁이는 한강과 그 너머 김포의 올망졸망한 야산이 한 눈에 잡히는 경기 파주시 교하면 문발리 파주출판단지. 야트막한 심학산을 품에 안고 자유로 변을 따라 자리잡은 한국출판의 새로운 메카이다.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서 간간이 들리는 총소리, 분주히 오가는 트럭의 굉음과 공사장 망치소리로 어수선했지만 겉모습 만큼은 '테마도시'의 윤곽이 확연했다. 지난해 창비, 민음사, 열화당, 효형출판, 문학동네, 푸른숲 등 주요 출판사들이 둥지를 틀었고, 이 달 말 출판물종합유통센터(북센)와 종합쇼핑몰 '이채'가 문을 열면 본격적인 출판 명소로서 떠오를 전망이다.

'책과 건축이 만나는 생태환경도시'를 꿈꾸는 책마을의 첫인상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국내외 저명한 건축가 40여명이 책의 개념을 살려 지은 기묘한 형태의 건물들은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뒤지지 않을 듯했다. 책 시렁을 본떠 지은 한길사와 열화당 등 각각의 건축물이 지닌 스토리도 재미있다. 깔끔한 안내판, 건물 사이의 널찍한 공간도 부럽다.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생태도시의 개념에 맞춰 떡갈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등 심학산에 자생하는 수종을 가로수로 심었다.

출판단지 중앙에 자리잡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지난 4월 완공후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다. 입구에 안중근 의사의 동상이 맨 먼저 눈에 띈다.

출판단지의 상징인물로 안 의사를 택한 것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을 일깨우려는 의도이다. 출판단지의 산파역인 이기웅 열화당 사장은 "좋은 책을 만드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안 의사를 정신적인 감리자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점과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다. 우선 건물들이 현대적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이동하는데 혼란스럽고 불편했다. 출입문을 찾기 어려운가 하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가파른 계단에서는 넘어지기 십상이고, 어떤 사무실은 창문이 없어 답답했다. 대중교통 연계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매우 불친절한 사람을 대하는 것 같다.

한 출판사 편집장은 "사무실 공간이 현대적이고, 인쇄소 등 출판 관련시설이 가까이 있어 편리하고 유리한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독자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만큼 출판의 맥이 끊어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인가. 효형출판, 돌베개 등 일부 출판사 대표들은 건물 위층에 아예 살림집을 차리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또 몇몇 출판사는 다시 서울로 유턴했고, 귀경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오후 열린 사계절출판사 입주식에는 400여명이 참석, 막걸리와 생맥주 파티를 벌였다. 이로써 지금까지 39개 출판·인쇄사가 새집을 마련했고,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말까지는 300여개 업체가 들어설 예정이다.

유례없는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출판계는 파주출판단지에 희망을 걸고 있다. 좋은 책을 싸게 공급하고, 나아가 영국의 헌책방 마을 '헤이온 와이'나, 네덜란드의 '브레드보트' 같은 책마을을 꾸며 세계적 관광명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48만여평의 거대한 공간에 북시티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콘텐츠 개발과 합리적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파주=최진환기자 choi@hk.co.kr

■ 亞 최대 도서물류창고 "북센"

20일 본격 가동되는 출판물종합유통센터(북센)는 책의 유통경로를 전산시스템으로 자동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도서물류창고이자 도매회사. 출판단지 입구에 지하 1층, 지상 3층에 총 1만5,000여평 규모로 세워진 북센은 총 3,300만부를 보관할 수 있고, 하루 40만권의 입고와 출고가 가능하다. 네덜란드의 최대 서적물류회사인 센트럴 북하우스 등의 기계와 기술을 도입하고 벤치마킹했다.

책을 자동적으로 분류, 보관하고 주문에 따라 자동으로 포장·배송하는 시스템은 출판유통의 혁명이라고 부를 만하다. 창고에 쌓아 두고 도매상과 소매상을 통해 원시적으로 주문하고 배달하는 주먹구구식 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이중호 본부장은 "기존에는 서점에서 몇부가 팔리고 남았는지 알려주기 전에는 출판사가 몰랐지만, 이제는 파악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배송기간도 1, 2일 짧아진다"고 말했다. 또 반품사실도 모르고 추가로 책을 찍어내는 일도 없어졌다. 이 본부장은 "현재 인터파크와 예스24 등 인터넷 서점들을 비롯해 주요 출판사들과 거래계약을 맺음으로써 기존 도매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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