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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디자이너 정구호의 옷 이야기-꽃바지 입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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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디자이너 정구호의 옷 이야기-꽃바지 입은 남자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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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항상 모노톤의 색을 좋아하고 그런 옷만 입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나는 사실 색을 무척 좋아한다. 내 옷장 문을 열어보면 놀랄 정도로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있다. 초록 바탕에 핑크색 꽃무늬 프린트가 든 셔츠부터 빨간색 바지, 오렌지 색 점퍼, 핑크색 스포츠 재킷까지. 친구들조차도 “정말 이런 옷을 입고 다녀?”라며 눈이 휘둥그레지곤 한다.

최근 다녀온 유럽출장길에서 나의 색에 대한 사랑을 맘껏 펼쳐보일 기회가 있었다. 사실 패션디자이너라고는 해도 국내서는 아무래도 정돈된 느낌으로 색을 쓰게 되는 데 반해 해외에선 좀 더 과감해진다.

출장 첫날 아침 나는 밝은 연두색 바지를 입고 아침식사를 하러 발걸음도 가볍게 호텔로비로 내려갔다. 디자인실 직원이 아닌 지원부서 분들과 같이 간 출장이었다는 것을 깜박 한 상태였다. 나를 기다리는 일행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앗차, 디자인실 출장이 아니지’ 싶었지만 이미 “바지 색, 죽이네요” “딴 사람인 줄 알았어요” 등의 코멘트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반응들이 나를 놀리기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않는다. 오히려 본인이 시도해보지않은 것을 시도하는 사람에 대한 놀라움 혹은 부러움이 섞인 것은 아닐까? 여성들이 화려한 옷차림이나 눈에 띄는 색상의 옷을 입었을 때는 ‘여자니까’라고 당연시하겠지만 남자가 그렇게 옷을 입었을 때는 다르다. 직장에서 입는 획일적인 양복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남자는 이래야 한다 등의 고정관념이 여전히 작용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같이 직업이 다양해지고 개성이 중시되는 때에는 개성있는 색상이나 무늬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용기와 자신감을 드러내는 지름길이다. 성공은 용기있는 자만이 거둘 수 있는 것처럼 개성도 용기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혜택이다.

나는 그 다음날에도 화려한 꽃 프린트에 오랜지 색 바지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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