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자연스럽게 이익이 나는 곳으로 가기 마련이다. 투자할 환경부터 만들어라."삼성전자 윤종용(사진) 부회장이 2일 연세대 공대생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기업들의 투자 부진을 비롯한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진솔하게 밝혔다.
먼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최근 기업들을 겨냥한 투자 부재 우려. 윤 부회장은 "국내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지 않을 것이고, 외국 자본도 자연히 한국을 찾아올 것"이라며 투자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성장이냐 분배냐 논란과 관련, 윤 부회장은 "개혁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경제 현실에서 무엇을 먼저 해나가는 것이 국가 전체에 유익한지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면서 성장 우선론에 무게를 뒀다.
그는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노동비용의 증가는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임금 인상은 생산성 향상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부회장은 또 "경제 회복, 실업 해소 등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열쇠는 기업"이라며 "경제 살리기의 중심은 기업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늘어날 때 국부가 커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며 "일본인들이 소니와 도요타에 자부심을 갖듯 우리도 기업을 보는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차세대 성장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색한 투자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한껏 커졌다.
그는 "미국 등 선진국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연구개발(R&D)에 쓰고 삼성전자만 해도 1년에 4조원을 쓰는데, 정부가 기껏 1년에 4,000억원을 투자해 어떻게 신 성장엔진을 만들 수 있느냐"며 "이는 선진국은 벤츠 엔진으로 달리는데, 우리는 포니 엔진으로 달리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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