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솥에 소꼬리와 양, 사골, 양지, 힘줄 등을 넣고 은근한 불에 오랜 동안 고아 만든 곰탕. 뚝배기 한 그릇에 담긴 국물을 들이키고 나면 땀이 좌르르 흐르는 게 오랜 세월 한국인을 지켜온 보양식임을 말해 준다. 더위에 지치거나 몸이 허하다고 느낄 때면 더더욱 생각나고 중·장년층이 특히 즐겨 찾는 음식이다.그런데 서울 역삼동 차병원 4거리에 있는 '장도리곰탕'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곰탕집으로 유명하다. 가보면 젊은 여성들이 특히 많이 보인다. 그렇다고 현대식 인테리어를 갖춘 근사한 곳도 전혀 아니다. 열쇠는 맛의 종류라기 보다는 맛의 농도다. 이 집 곰탕 맛은 한마디로 진하다. 소뼈까지 그대로 우러나온 듯 진국처럼 느껴지는 데도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곰탕은 까만 가마솥에서 만든다. 스테인리스나 공장용 기계식 솥을 사용하면 더 편한데도 주인 이장우(50)씨는 옛날식을 고집한다. 가마솥을 쓰면 힘이 더 들고 가스비가 더 나온다고 한다. 솥에는 머리와 내장만 뺀 소 한마리가 들어간다. 8시간 이상을 고는데 끓여낸 탕에서 나오는 기름은 모두 걷어내 버린다. 그래서 이 집 국물을 집에 가져 가 냉장고에 넣어 두면 어느새 묵이 돼 있다. 진국이란 증거다.
재료도 재료지만 진하게 우러나는 국물을 제대로 내기 쉽지 않다. 진하게 곤다고 오래 끓이다간 누린내가 나기 일쑤고 그렇다고 가볍게 끓이면 진국이 우러나지 않는다. 불의 세기와 시간, 그리고 땀(정성)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맛을 좌우한다는데 뼈를 끓인 횟수, 고기의 양과 크기 등에 관계없이 일정한 맛을 내는 요령은 이씨 만이 갖고 있다. 모두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경험에서 터득한 것들이라고.
원래 이 집 전신은 이씨 어머니가 1960년부터 대전 원동 4거리에서 운영하던 장도리 곰탕집이다. 이씨는 19년전 서울 암사동에 '장수 곰탕' 상호로 독립, 45년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역삼점은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씨는 "어머니에게서 배운대로 했지만 어머니가 내던 그 맛을찾는데만 1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이씨와 그의 아내는 까다로운 어머니로부터 '혼나면서'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주방 경력 35년이 됐다는 조리장이 이씨로부터 혼나기 일쑤다. 조금만 정성을 게을리하면 맛이 살아나지 않아서다.
곰탕에 따라 나오는 깍두기도 남다르다. 항아리 안의 무우 위에 큰 돌을 올려 놓고 국물이 우러나오게 담근 것이어서 그런지 신 맛이 곰탕 맛과 잘 어울린다. 기름기가 빠진 수육도 일품이다. 아내가 운영하는 암사동 장수곰탕은 역삼동보다 임대료가 싸다고 좀 더 싸게 받는다.
/박원식기자
● 메뉴와 가격 곰탕 7,000원(암사동은 5,000원), 갈비를 넣은 갈비곰탕 8,000원, 모듬 수육 2만5,000∼3만원(3∼4인분 기준)
● 영업시간 및 휴일 24시간 오픈, 연중무휴.
● 규모 및 주차 150석, 주차 10대, 암사동 장수곰탕은 40석
● 찾아가는 길 차병원 뒷골목
● 연락처 (02)569-3032∼3, 암사동 (02)3426-7207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