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리포트/소프트뱅크 "日통신시장, 우리가 재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리포트/소프트뱅크 "日통신시장, 우리가 재편"

입력
2004.06.04 00:00
0 0

"통신,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를 아우르는 넘버 원 기업을 만들겠다. 5,6년이면 승부가 난다." "일본 인터넷 제국의 지배자"로 불리는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孫正義·46) 사장이 요즘 마이크만 잡으면 하는 말이다. 지난달 27일 일본 3위의 고정통신 회사 재팬텔레콤 매수를 공식 발표한 소프트뱅크의 공격 경영으로 일본 통신업계는 초비상이 걸렸다.

재팬텔레콤 매수로 소프트뱅크는 고정전화와 기업 상대 데이터통신까지 갖춘 종합통신회사로 변신했고 제3세대 이동통신 참여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소프트뱅크가 2001년부터 주력 사업으로 벌여온 비대칭 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서비스 '야후 BB'는 일본 최대 통신업체 NTT 등에 회선사용료를 지불해왔는데 이제 독자 통신회선을 확보한 것이다.

재팬텔레콤 총 매수가격은 3,400억 엔에 이른다. 야후BB 가입자 확보를 위한 가격파괴와 판촉비 투입으로 2003 회계연도 결산에서 연결매출 5,173억 엔에 사상 최대인 1,070억 엔의 적자를 기록한 소프트뱅크에는 무리한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손 사장은 "아주 싸게 샀다"면서 "2년 반이면 투자회수가 가능하다"고 자신만만이다. 재팬텔레콤을 소유하고 있던 미국 투자회사 리플우드 홀딩스는 매각대금을 소프트뱅크 주식으로 받기를 원했고 소프트뱅크는 현금지불을 고집했던 협상과정을 증거로 내세운다.

협상은 결국 부채 인수액을 제외한 1,433억 엔의 현금과 376억 엔 상당의 소프트뱅크 신주예약권을 리플우드에 주는 것으로 타결됐다. 리플우드도 소프트뱅크의 주가상승을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신회선을 확보하면 추가투자 없이 IP(인터넷 프로토콜)전화나 콘텐츠 배급 등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연간 500억 엔의 수익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소프트뱅크의 계산이다. 또 야후BB의 개인 고객 400여만 명과 재팬텔레콤의 법인 고객 17만사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면 소프트뱅크 전체의 통신서비스 고객수를 1,000만명 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감원과 신규채용 동결이 일반화한 일본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소프트뱅크는 2005년도 4,500명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해 놓고 있으며 2005년 이후에도 해마다 최소한 2,000명씩 신규 채용을 한다는 방침이다. 끝없는 사업확장과 공격경영 태세를 선명히 드러내는 것이다.

일본 통신업계는 소프트뱅크가 틀림없이 기업 상대 데이터통신에서 가격파괴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긴장상태다. NTT가 시장을 지배하며 국제수준보다 비싸던 일본의 브로드밴드 통신요금은 야후BB의 적자를 무릅쓴 가격파괴로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소프트뱅크의 더 큰 노림수는 일본 총무성이 내년이면 주파수 할당을 할 것으로 보이는 TD-CDMA 방식 제3세대 휴대전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소프트뱅크 이외에 NTT그룹, ADSL 대기업인 e악세스 등이 사업자 면허 획득경쟁을 벌이고 있다. 재팬텔레콤은 e악세스에 13%를 출자한 최대주주다. 재팬텔레콤을 100% 완전 자회사로 만든 소프트뱅크는 e악세스와의 후보단일화를 통해 면허를 확실하게 손에 넣겠다는 복안이다.

TD-CDMA 방식은 IP기술을 쓰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가 면허를 따내면 ADSL용으로 구축한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어 정액요금제 등 다양한 저가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소프트뱅크가 인터넷 접속, 휴대전화, 고정전화를 한 셋트로 하는 초저가 서비스를 치고 나오면 일본 통신업계의 수익구조는 물론이고 시장 전체가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손 사장은 "일본 휴대전화는 NTT도코모, AU, 보다폰 3개사에 의해 사실상 과점상태이기 때문에 요금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며 "ADSL이 경쟁에 의한 요금인하와 통신속도 향상이 이루어졌듯이 휴대전화에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거침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981년 PC소프트웨어 판매회사로 출발해 검색사이트 야후 재팬, ADSL 서비스의 야후 BB 등 300여개 기업을 거느린 지주회사로 성장한 소프트뱅크의 상식파괴와 공격경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일본 경제계는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