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주식투자 행태가 빠르게 단기화하고 있다. 3일 주식시장은 외국인들이 대형 IT주 집중매도에 나서자 종합주가지수가 맥없이 3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의 40% 이상과 거래대금의 20% 이상을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시황이 다시 반복된 것이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일평균 종합주가지수 변화율은 -0.02%였다.
그러나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은 평균 0.33% 상승하고, 순매도한 날은 0.75% 하락했다.
특히 하락폭이 상승폭 보다 2배 이상 큰 것은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국내투자자들이 외국인 순매도에 추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외국인의 투자행태가 단기매매 위주로 변환하면서 대외충격에 대한 국내증시의 민감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3일 '외국인 주식투자가 단기화하고 있다'는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회전율(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이 1996년 53.8%에 불과했으나, 2002년에는 91.3%로 높아졌고 올 들어서는 89.2%를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전체주식시장의 매매회전율은 1999년 355.5%를 고비로 낮아져 올들어 176.3%로 안정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매매회전율이 높아지는 것은 최근 들어 고가주를 매수해 장기보유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차익실현을 위한 교체매매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은 "올들어 외국인의 평균 주식 매수단가는 시장평균에 비해 4.53배 높았는데, 이는 2002년 6.56배에 비해 급격히 낮아진 것"이라며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대한 탐색과정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단기 차익매매에 뛰어든 결과"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단기투자 경향이 강해지면서 미국금리인상 등의 대외여건 변화가 기초적 경제여건과는 상관없이 환율을 급등락시키거나, 주가의 변동성을 확대시켜 주식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올들어 '외국인 순매매 규모 변동성'(일별 순매매 규모의 표준편차)은 2,543억원으로 지난해 1,378억원에 비해 2배 이상 확대돼, 외국인 주식자금 흐름의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성 자금의 유출입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주가 뿐 아니라 거시경제의 불안정성도 확대시킬 수 있다"며 "급격한 자금 유출입을 예방하기 위해 시세차익만을 노린 단기성 주식자금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등의 보완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 팀장도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된 외국인 자본 160조원 중에 경기에 민감한 단기자금은 5조∼10조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가 안전판 역할을 상실하면서 이 정도의 자금만으로도 전체 주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주식시장의 체질개선을 위한 고강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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