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란 돈 많은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월급쟁이는 월급쟁이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함께 나눈다는 뜻이 중요한 거죠. 이런 점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에도 불구하고 기부 릴레이에 참여한 사람이 지난해보다 44%나 늘어난 것은 대단한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기부문화가 점차 튼튼한 기반을 갖추어 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한국여성재단의 박영숙(72·사진)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막을 내린 '딸들에게 희망을 주는 100인 기부 릴레이'의 성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일보와 한국여성재단이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100명의 사회저명인사 기부자들이 이끔이가 돼 5월1일 첫 기부를 한 뒤 릴레이식으로 매일 다음 기부자를 연결해 한달간 총 3,100명의 기부를 유도하는 사업으로 올해가 2회째.
아직 최종 결과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올해 기부릴레이 참가자는 2,200명 안팎으로 총 모금액은 1억5,000만원(물품 포함) 안팎이 될 전망이다. 31명을 모두 채워 완주한 릴레이 줄은 60줄. 지난해에 비하면 완주율은 거의 2배로 높아졌고 참여자 수도 40% 이상 늘어났다. 다만 평균 기부금은 떨어져 총 모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가수 이승철씨가 이끈 줄은 팬들의 적극적 참여로 무려 100명이 참여했고,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씨, 개그우먼 김미화씨, 배우 정진영씨, 가수 이상은씨, 방송인 진양혜씨 등이 모두 좋아하는 일반인 중심으로 기부를 완주했다.
기부금은 미래 여성지도자 양성을 위한 '새날기금'으로 조성돼 쓰인다. "여성장애인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일하던 복지운동가 한 명이 있었어요. 법대 졸업생인데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계속 운동만 해 왔으니 학비가 없어서 쩔쩔맸죠. 이제 이런 분들을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올해 기부릴레이의 이끔이 주자 중에 여성 전문가 집단이 많았던 것도 여성리더를 키워야 한다는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여검사회, 여의사회, 여약사회, 21세기 여성CEO연합 등은 각각의 릴레이 줄을 형성했고, 강금실 김화중 지은희 장관 등 여성 장관들도 이끔이를 자청했다.
"기부의 의미에 공감하고 참여한 모든 분들과 한국일보에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 든 사람들의 기부 모임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사실 제 나이쯤 되면 큰 돈이 필요 없어요. 인생을 마무리할 때 공익을 위해 유산을 남기는 것도 얼마나 의미있는 일입니까."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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