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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장성급 회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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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장성급 회담 안팎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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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NLL 인정못해" 버텨지난달 26일 1차 회담 이후 8일만에 열린 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양측은 전체회의와 실무대표 접촉을 거듭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의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갑론을박을 벌였다.

짧은 간격을 두고 2차 회담이 이뤄진 만큼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퍼지기도 했으나 3일 양측의 대화도 'NLL 인정' 문제로 벽에 부딪혔다. 서해상의 무력충돌 방지를 논의하기 위한 기본 전제인 NLL 인정 부분에서부터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각론은 계속 진통이었다. 이 때문에 남측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서해 함대사령부 간 직통전화 설치·운영 등에 대한 논의는 겉돌 수밖에 없었다.

남측은 일단 본격적인 꽃게잡이철이 시작된 만큼 15일부터 우리측 방안을 시행하자는, 지난 1차 회의보다 한 걸음 나아간 제의를 했다. 이와 함께 남측은 장성급 회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3차 회담을 이르면 다음 주 갖자고 제의했으나 북측이 NLL이 아닌 별도의 경계선 설정을 거론하고, 북한 상부로부터의 훈령이 밤 10시가 돼서야 도착함에 따라 차기 회담 일정에 대한 협의도 제자리 걸음을 반복했다.

그러나 회담장 안팎에서는 양측이 예정시간을 넘겨 밤 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한 데 대해 "서해상 충돌방지에 대한 의지만큼은 확인된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왔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4시까지만 회의를 한 후 북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북측은 1차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휴전선 지역에서의 상호 선전 중지를 우선 해결하자고 거듭 주장했다. 북측이 선전방송 중지에 집착하는 이유는 남측의 선전방송과 전광판이 북한군 장병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력 사정 탓에 하루 5시간 정도만 선전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나 남측은 하루 10시간 이상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또 남측은 수㎞ 밖에서도 확인이 가능한 전광판을 통해 뉴스와 일기예보 등을 전달한다. 남측의 정확한 일기예보에 북한군 장병들은 내심 놀라워 하고 있으며, 뉴스도 북한군 장병은 물론, 휴전선 인근의 주민들에게 심리적 동요를 초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속초=김정호기자 azure@hk.co.kr

■北 훈령 늦어 새벽까지 신경전

3일 두 번째 만남을 가진 남북 군 당국은 당초 이날 오후 4시께 회의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일정은 4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이날 협상 결과에 대한 북한 당국의 훈령 도착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단은 자정이 되도록 식사도 못한 채 회담장에 발이 묶여있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7시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동해선 출입관리사무소(CIQ)에서 간단한 수속을 마친 안익산 인민무력부 소장(남측 준장에 해당)을 포함한 북측 대표 5명과 수행원 등 30여명은 오전 8시45분께 회담장인 설악산 켄싱턴스타 호텔에 도착했다. 안 소장은 정문에서 기다리던 박정화(해군 준장) 수석대표 등 남측 대표와 일일이 악수하면서 "또 만나 반갑소. 잘해봅시다"라고 인사했다.

오전 10시 전체회의에 앞서 나눈 환담에서 안 소장은 "지난 회의 때는 (책상이) 넓고 멀었는데 이번에 가까워서 잘 될 것 같다"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그는 또 사진기자들이 남북 대표단의 악수를 요청하자 "기자 선생들을 위해 광대 노릇 좀 더 합시다"라며 여유를 부렸다.

박 준장이 "(지난달) 27, 28일 비가 내려 남측은 완전히 해갈이 됐다"며 "가뭄 끝에 비가 오면 기다렸던 일이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하자 안 소장은 "우리측도 같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안 소장은 "남측으로 넘어오면서 연결공사 중인 동해선을 보고 싶었는데 남측이 안 보여줘 섭섭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속초=공동취재단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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