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유명한 두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다. 내일 세계의 종말이 오더라도 심겨지는 스피노자의 사과나무와, 만류인력을 발견케 한 뉴턴의 사과나무다. 철학적·윤리적 존재인 스피노자의 사과나무는 형태가 없으나, 뉴턴의 것은 열매를 맺는 현실의 나무다. 뉴턴의 사과나무가 올 가을 한국에 오게 되어 화제다. 1814년 죽은 원래 나무의 4대손이다. 영국 국가표준기관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묘목 두 그루를 제공하기로 했다. 뉴턴 고향 집에 있던 나무로부터 접목되고, 재접목된 후손 중 둘이다. 이 연구원은 이미 미국을 거쳐 들여온 또 다른 뉴턴의 사과나무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뉴턴의 사과나무와 만유인력 발견 일화에는 상반된 주장이 따른다. 1665년 흑사병이 돌아 대학이 휴교하자, 뉴턴은 울즈소프 고향 집에 내려와 있었다. 그 때 정원의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구와 사과 사이에 만유인력이 존재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뉴턴이 사망하던 무렵, 그의 조카에게서 들은 볼테르가 자신의 저서에 몇 차례 기술한 적이 있다. 또 스터클리라는 사람은 뉴턴이 죽기 한 해 전인 1726년, 뉴턴에게서 직접 들었다면서 뉴턴의 사과나무 설명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 경탄스러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뉴턴 사후 100년 동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뉴턴은 1692년부터 2년간 정신병을 앓았다. 그가 실험을 하다가 수은중독에 걸렸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1831년 프랑스 학자 비오가 "뉴턴은 정신병을 앓은 뒤로는 아무 업적도 남기지 못했다"고 주장하자, 뉴턴을 신처럼 추앙하던 영국 학자들의 분노가 불길처럼 일었다. 그들은 비오의 사과나무 일화를 일축하고, 뉴턴이 13년간의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우주의 역학체계를 밝혀냈음을 강조했다.
■ 한국 과학자들은 어느 쪽을 믿고 있을까?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펴낸 홍성욱 등 젊은 학자들도, 사과나무 일화가 뉴턴이 죽기 1년 전쯤 그의 입에서 나와 4개의 문헌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만유인력 이론이 뉴턴의 오랜 노력의 결과이지, 사과의 낙하에서 얻은 생각은 아니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학자의 뉴턴 비하가 역으로 부활·전파시킨 사과나무 일화에는 천재를 그리워하는, 인간적 소망과 매력적 요소가 있다. 사과나무 일화에서 신화 같은 생명력을 지울 수는 없다. 한국으로 시집 오는 뉴턴의 사과나무에도 신화가 따라온다. 그 나무가 우리 과학발전을 높이는 큰 상징으로 자라나기 바란다.
/박래부 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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