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메추(50) 감독의 '갈지자 행보'에 한국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달 30일 메추를 차기 대표팀 감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발표하고 곧바로 연봉조건 등을 제시한 공식제안서를 보내 협상에 나섰으나 메추가 거액을 받고 카타르 클럽으로 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협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데도 협회는 "기다려 보자"는 태도로 일관할 뿐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그러나 이번 사태가 불거진 것은 협회의 행정 미숙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협회는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감독후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철저한 보안 속에 1대1로 진행해야 할 협상의 기본룰을 무시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기술위 조사단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메추의 의례적인 의사표시만 믿고 합의서 한 장 없이 "계약은 99% 이뤄졌다. 이르면 2일 터키전부터 벤치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행을 기정사실화, 협상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우를 범했다. 계약의 핵심인 돈문제를 합의하지 않은 채 메추가 한국감독으로 내정된 것처럼 발표, 이후 메추에게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이다. 협회는 이제 와서 메추가 한국 감독이 아니라 단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자칫 차기 감독 영입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팬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팬들은 특히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돼있는 메추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개하면서 '메추 불가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메추가 한국 감독으로 오든, 아니든 이래저래 한국축구는 국제적인 망신을 면치 못하게 됐다.
/여동은 체육부 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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