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사랑이 뭐길래' '젊은이의 양지' '그대 그리고 나' '아들과 딸' '목욕탕집 남자들'… 우리 기억 속에 아직도 또렷이 남아있는 '명작 드라마'이자 역대 시청률 베스트 10에 포진한 '주말 드라마'다. 뭐니 해도 대중적 인기를 끈 드라마는 저녁 상을 물리고 모처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한 가족이 TV 보게 되는 주말 황금시간대에 탄생하곤 했다.그러나 주말 드라마의 이런 전성시대도 이제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현재 KBS와 MBC의 주말드라마 '애정의 조건'과 '장미의 전쟁'의 시청률은 다 합쳐봐야 30%대. "두 작품이 별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지 못해 그런 게 아니냐"는 반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작인 '진주목걸이'와 '회전목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몇 년 사이 소문없이 사라진 주말드라마가 셀수 없이 많다. '맹가네 전성시대' '죽도록 사랑해'….
어째서 주말 드라마의 전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걸까? 원인을 주5일 근무의 도입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주말 집에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이길 포기하고, 레저와 여행을 즐기기 위해 집을 떠나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 원인은 주말 드라마의 밑천이자 영원한 테마인 '행복한 가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혼, 외도, 동거 등 다양한 형태로 위협받고 있는 가정은 더 이상 경쾌하고 즐거운 생활상을 그려낼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그렇다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가정의 해체 현실을 밀도 높고 생생하게 그려낸 드라마를 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을 그리다 보면 차마 부모와 자식이 같이 보기 힘든 드라마가 되기 쉽고, 알콩달콩 잘 사는 가정을 보여주자니 이제는 먼나라 이야기 같을 수밖에 없다. 아들과 아버지, 엄마와 딸의 최대 공통분모이자 가장 소중한 울타리인 '가정'에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가족 모두를 TV 앞에 불러모을 수 있는 주말 드라마를 상상하는 일 자체가 불온한 일일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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