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시절인 1983년 이후 실제 간첩이 남파된 사건은 단 1건도 없었으나 국가보안법에 근거를 두고 조작된 의혹이 있는 간첩사건은 83∼86년 사이에 매년 11∼15건씩 총 66건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국가인권위원회는 2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의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국가보안법 적용 인권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인권위는 1948년부터 2002년까지 54년간 수사기관이나 사법부의 국가보안법 적용 과정에서 나타난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했으며, 국가기관이 국가보안법 적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보고서에서 경찰,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 등의 국가기관이 상금 제도나 특진, 실적 경쟁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남용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외부 감시와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기무사 역시 군 수사기관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이들 기관에게 국가보안법 사건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재론해봐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또 검찰은 경찰 등의 국보법 남용을 막지 못했고 법원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그대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이런 수사당국의 국보법 남용으로 인해 1961년부터 2002년까지 총 7,778명이 검거됐으며, 현행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죄)를 핵심으로 한 반공법 위반 구속사례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1만1,945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0년간 국가보안법 전체 구속자 3,047명 가운데 90%가 넘는 2,762명이 7조 위반으로 구속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재야진영에서 부분적으로 국보법을 다룬 적은 있어도 국가기관이 본격적으로 폭넓게 조사한 것은 처음"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내달 중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한 공식의견을 표명할 예정이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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