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고 호조를 보이고 있는 수출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일 월례조회에서 "우리 앞에는 내수 부진, 유가 상승, 환율 불안, 가계부채 증가 등 불안 요인이 너무나 많다"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신무장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회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원조례를 한 것은 올들어 신년사 이후 처음으로, 대내외 환경 악화에 따른 비상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 회장은 특히 "현재의 결과와 평가에 자만하지 말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며 "초기품질은 많이 개선됐지만 내구성면에서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어 "도요타는 전 임직원이 지속적인 위기감을 가지고 새로운 목표를 달성해 가고 있다"며 "우리도 위기의식을 갖고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철저히 대비할 수 있도록 기업체질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노사관계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아 어느 한쪽 바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움직일 수 없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협력적 노사 관계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SK(주)도 고유가가 장기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비상 체제를 선언하고 24시간 국내 원유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SK(주)의 원유트레이딩팀은 해외지사들과 원유가 정보를 공유하며 싼 원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자주원유'를 확보한다는 계획으로 해외석유자원개발에 지분 참여하는 방식을 추진중이다.
석유화학업체인 삼성아토피나도 "국제 유가(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회사측은 '생존원가 달성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고 있다. 또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하는 '에너지 로드맵'을 운영하고 사내 소모성 경비 10% 절감 운동 등도 펴고 있다.
항공업계는 일찌감치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2단계 유가 위기관리 대응 시나리오'를 운영중이다. 본부별로 비용을 줄이고, 잉여 자산이나 불필요한 회원권을 매각하고 있다.
또 출발지와 도착지 유가를 파악해 조금이라도 저렴한 지역에서 추가 급유를 받도록 하고 '전사적인 연료비 절감 워킹그룹'을 상시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5∼6월 두 달간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아시아나항공도 소모성 경비 절감과 노선별 수익 목표 2% 초과 달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불필요한 엔진 공회전을 줄이고 경제 고도와 경제 속도를 유지, 연료를 최대한 아낀다는 계획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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