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생산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업체가 치열한 투자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PDP 시장이 내년부터 과잉투자 후유증으로 공급과잉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초과공급은 제품 가격하락으로 이어지기 마련이어서 내년부터 PDP TV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대형 디지털 TV 시장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일 산업동향 보고서를 통해 "PDP 업체들이 올들어 대규모 증설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내년부터 공급과잉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PDP 수요는 339만대에 머무르는 반면, 올해 각 업체가 내놓은 증설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PDP 생산능력은 836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공급과잉의 가장 큰 요인은 PDP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고 올들어 앞다퉈 설비증설에 나서고 있기 때문. 특히 2002년 이후 한국 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긴 일본 업체들은 선두 탈환을 위해 본격적인 증설에 나서 삼성, LG 등 국내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마쓰시타는 최근 월 25만대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PDP 공장을 설립,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경우 마쓰시타의 생산능력은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월 38만대가 될 전망이다. 이에 앞서 FHP(후지쓰 히타치 플라즈마)는 2007년까지 현재의 3.5배인 월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고 NEC, 파이오니아도 대규모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SDI는 올해 안에 4라인 착공에 들어가 내년에는 월 37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LG전자도 내년부터 4기라인을 가동해 월 28만5,000장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PDP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PDP 업계는 "증설을 해도 초기의 낮은 수율과 라인 가동률 등을 고려하면 공급과잉 우려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국내외 업체들의 PDP 설비증설 경쟁이 가속화하고 있는데다 디지털 TV 분야에서 경쟁 제품인 액정표시장치(LCD) TV 수요 증가 등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없지 않다는 게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동원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향후 2년 내에 집중적인 증설이 이뤄져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다면취 기술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을 얼마나 빠르게 떨어뜨려 신규 수요를 유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은 내려가게 된다. 이는 PDP 업체들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시장을 늘리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42인치 기준으로 500만원대인 PDP TV(SD급) 가격이 내년에는 200만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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