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발(發) 테러 충격이 국제 유가를 다시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일단 현실로 나타났다. 진정 기미를 보이던 유가는 지난달 29일 사우디에서 외국인 대상 '인질극 테러'가 발생한 지 3일 만인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의 첫 거래 결과, 배럴 당 42.33 달러로 사상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3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회의를 갖기 앞서 강력한 증산 의지를 밝히면서 고유가에 제동을 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우디 등은 2일 하루 250만 배럴 증산을 실시하고 유가를 22∼28 달러선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이로 인해 2일 런던과 뉴욕시장에서 유가는 약간 하락했다.그러나 시장이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국제 유가가 수급요인 보다는 테러, 국제정치 등 지정학적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에 대한 우려가 현 유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테러가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의 생산능력에 직접적 타격을 가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추가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엄존하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유가에는 12∼15%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고 분석한다. 온전히 수급에 따라 결정될 경우, 현재 유가는 35 달러 이하 선이 적정하다는 주장도 이러한 분석에서 출발한다.
국제 원유시장의 상황이 이렇게 심리적 요인에 좌우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유가에 대해서도 전망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사우디 등에서의 추가 테러가 석유시설에 직접적 피해를 주거나 외국인 석유기술자들의 대거 이탈을 초래할 경우엔 심리적 요인에다 실제 수급문제까지 겹쳐 '오일 쇼크'등 최악의 사태가 우려된다. 지난 주와 비슷한 규모의 테러가 발생해도 유가가 45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 뿐만 아니라 이라크 사태, 베네수엘라·나이지리아 등의 정정 불안도 언제든 국제유가의 고공 행진에 한몫 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현재 이라크에서 6월30일 주권이양을 앞두고 저항세력의 공세가 심상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라크전 등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對) 테러정책, 대 중동정책이 유가 악순환의 원인(遠因)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등 국가안보상의 이유를 내세워 7억 배럴을 목표로 전략비축유 확보를 강행하고 있어 고유가의 적잖은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3일의 OPEC회의에서 표출된 의지에 걸맞은 규모의 증산이 실제 이뤄질지도 변수다. 8일부터 시작되는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중동 및 테러정책, 유가문제 등이 종합적으로 다뤄진 뒤 어떤 결론이 나올 지에도 유가와 관련해 세계인들의 이목이 쏠려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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