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저마다의 독자적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의 화제의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탁본 콜라주부터 펜화, 도예 작업까지 이들 전시장을 찾아 싱그러운 계절을 느껴볼 만하다.
●세종대 교수 심경자 전
심경자 세종대 교수가 5년만에 국내 개인전을 갤러리현대에서 열고 있다. 최근 몇 년 간파리에서 체류하며 제작해 현지 호평받은 작품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운보 김기창의 수제자로 꼽히는 그가 제작과정에 들이는 남다른 공과 특이한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파리에 있든 한국에 있든 그는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나무 그루터기, 사찰의 기둥 등을 탁본으로 뜬다. 작가는 자연의 나이테를 담은 이 탁본을 전통 재료로 채색한 뒤 한지 위에 콜라주함으로써 훨씬 긴 영겁의 시간을 화폭에 담으려 한다. 아득한 시간에 대한 명상, 상상의 세계이다. 12일까지. (02)734―6111
●재미화가 최동열 전
재미 화가 최동열씨의 작품전이 2일 선화랑에서 개막했다. 그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 재학중 단신 미국으로 가 공장 직공, 태권도 사범,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정치학을 공부한 뒤 소설가로 등단했고 지금은 화가인 미국인 부인과 그림만 그리며 살고 있다. 표현주의적인 단순한 선과 화려한 색으로 일상의 사물을 그리는 그의 그림은 아기자기한 내용, 재치와 해학으로 삶을 여유롭게 관조하는 듯하다. 4년만에 여는 이번 국내 개인전에는 '누드와 산수'(사진) 등 최근 경기 이천에서 일시 체류하며 도자기 등을 소재로 제작한 유화와 동판·목판화를 선보인다. 16일까지. (02)734―0458
●김영택 펜화전
김영택씨의 펜화전이 2∼15일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열린다. 펜화는 서구 전통에서는 익숙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선 장르. 펜화가로 활동하기 전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김씨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기념품으로 팔리는 펜화를 보고 한국의 문화재를 서양인들의 눈에 익숙한 펜화로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1994년부터 펜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간 그린 50여 점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통도사 송광사 백양사 등을 기행하며 그린, 우리 문화재와 산하의 모습이 어우러진 펜화들이 나온다. 가늘게는 0.1㎜짜리 펜으로 한 땀 한 땀 그린 세심한 정성이 화폭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02)739―4937
●일상 풍경의 임만혁 전
임만혁씨는 독특한 인물상과 동, 서양화 기법을 혼용한 화풍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다. 지난해 성곡미술관 선정 '내일의 작가'전 이후 두번째 개인전이 1∼15일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번에는 작업실이 있는 강원 주문진 인근 바닷가에서 관찰한 낚시꾼, 화장하는 여인들, 평범한 가족, 무료한 아이의 모습이 등장한다. 기형적으로 커다란 얼굴과 상대적으로 왜소한 신체, 날카로운 목탄 자국이 줄줄이 간 표정과 손의 형태와 몸짓에서 그 인물의 복잡한 심리상태, 내면이 그대로 전해져오는 듯하다. (02)549―7575
●오늘의 미술가상 김경자 전
월간 미술시대 제정 '2004 오늘의 미술가상'을 받은 김경자씨의 수상 기념전이 2∼8일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그의 화폭에서는 금방이라도 음악이 들려올 듯하다. 꽃과 나무 등 을 형상화한 원형적 조형, 그 주변의 공기를 포착해 보여주려는 듯 은은하면서도 깊이있는 무채색으로 구성된 서정적 추상화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울림을 준다. 작가 스스로 주제로 삼고 있는 '자연과의 교감'은 그래서 나아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교감이 된다. (02)736―1020
●백담 이광 도예전
백담(白潭) 이광(李廣) 도예전이 4일부터 청작화랑에서 열린다. 투병 생활 속에서도 분청사기부터 백자 달항아리까지 한국 도예의 전통을 이어온 다양한 작품들을 주로 생활 도자기를 중심으로 선보인다. 경북 성주에서 신라 도공의 후예로 태어나 1970년부터 경기 광주 조선관요지에 마련한 가마터에서 작업해온 백담의 도예는 '도공 내면의 갈등과 격정을 흙 속에 여과시켜 인간 본연의 자연스러움으로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된다. 분청사기로 만든 사각 화로, 육각 향료와 향합(사진), 사각 접시, 연잎 다기와 백자 등잔 등 흔히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다. 15일까지. (02)549―3112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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