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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극복 등반대' 이호씨 유럽최고봉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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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극복 등반대' 이호씨 유럽최고봉 올라

입력
2004.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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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유럽최고봉과 싸워 이겼어요."백혈병 환자였던 이 호(23·광운대 건축과3년)씨가 유럽 최고봉인 러시아의 엘브루스(해발 5,642m)를 정복했다.

이씨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주선으로 지난달 12일 박세희(21·여)씨 등 백혈병을 이겨낸 5명과 함께 산악인 허영호(50)씨의 인솔로 서울을 출발했다. 러시아 현지에서 세르게이(19)군 등 역시 백혈병을 극복한 러시아인 2명이 합류한 가운데 이들은 1주일간 등반 훈련을 마치고 해발 4,700m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참가자들 모두 훈련에 참가했지만 막상 등정이 시작되자 탈락자들이 하나 둘씩 생겨났고, 결국 정상 도전에는 이씨와 세르게이(19)군만 나서게 됐다.

이씨도 한발 한발 오를 때 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씨는 "정상에 오르기 전날 4,800m지점부터 호흡이 곤란하고 추위에 손이 어는 등 무척 힘든 순간을 맞이했다"며 "그럴 때마다 백혈병으로 고생하는 국내의 어린 친구들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세르게이군은 4,900m 지점에서 포기하고 하산했다. 이씨만이 묵묵히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 21일 오후1시께 드디어 허영호씨와 함께 정상에 올라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씨는 "산 정상에 오르는 순간 날아갈 것 같은 느낌과 함께 무한한 자신감이 들었다"며 "투병중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더 한층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4년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고 5년 가까이 투병 생활을 했다. 중학교 1학년 때인 94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1년간 학교를 휴학하며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아 1999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이씨는 대학졸업 후 건축설계사가 되어 백혈병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멋진 시설을 설계하는 꿈을 갖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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