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총선공약이었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을 사실상 백지화하자 여당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선거 두 달도 안돼 공약을 휴지처럼 버렸다"는 비난에 대해 우리당은 2일 "백지화 한 게 아니며 과장된 보도"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도대체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는 어디갔느냐"는 개탄이 나왔다.분양원가 공개 방침 대신 '원가 연동제' 방식을 도입키로 한 데 대한 각계의 비판은 2일에도 줄을 이었다. 경실련은 이날 "국민과의 약속을 져 버린 행위"라며 "여당은 원가공개에 대한 입장을 수 차례 번복해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참여연대도 "원가공개를 강제하는 주택법 입법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당 홈페이지에도 "투기꾼을 위한 당이 되려고 하나"(ID 박정곤) "원칙대로 해야 한다. 이 핑계 저 핑계로 말도 안 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ID 황성주)는 등 비난 목소리가 쇄도했다. 심지어 일부 당원은 "당비 납부를 거부하자"(ID 정모)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도 비난에 가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당정이 17대 국회 첫 작품으로 내놓은 것이 총선 공약을 뒤집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공약을 한 것으로 이는 서민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공공부문에 한해서라도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한구 정책위부의장도 "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와 원가 연동제를 비슷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우리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홍재형 정책위원장은 이날 "분양가 공개 원칙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며 "단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겠다는 뜻에서 원가 연동제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당의 방침을 분양가 공개 백지화로 규정해 유감"이라고 했다. 안병엽 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해 "원가 공개보다 원가 연동제 도입이 훨씬 현실적으로 타당하다는 뜻"이라며 "총선전에는 원가 연동제라는 안에 대해 우리는 몰랐다"고까지 둘러댔다.
그러나 우리당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민감한 정책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공약을 했느냐"는 등의 원론적인 쓴소리도 제기됐다. 경실련 박완기 시민감시국장은 "과반 집권 여당이 구체적 공약이나 정책을 추진하는데 이 정도 능력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책임 있는 태도로 정책을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논리도 가지는 등 집권여당으로서 근본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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