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진로의 언론보기]'盧때려야 사는' 과점 신문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진로의 언론보기]'盧때려야 사는' 과점 신문들

입력
2004.06.03 00:00
0 0

63일간 침묵을 지켰던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기각 이후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일부 과점 신문의 '대통령 때리기' 현상이 과열되고 있다. 언론의 집중표적이 된 5월 27일 연세대 특강과 29일 여당 의원 만찬 연설은 정부와 일부 언론의 갈등관계가 적대적 수준으로 변화되는 조짐을 보여준다.특강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기득권의 '조폭(組暴) 문화' 지적을 비롯해 성급한 경제위기론의 부작용 경고, 정언유착을 국민이 중단시켜 달라는 내용 등이다. 이에 대해 보수언론들의 사설과 기사는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다'(조선일보 29일자), '대통령의 말과 생각 걱정스럽다'(동아일보 29일자), '보수는 악, 진보는 선인가'(중앙일보 28일자) 등 부정적 평가 일색이었다.

여당의원 만찬연설에서는 '민주대연합'이 집중공격의 대상이었다. 민주계 출신인 김혁규씨의 한나라당 탈당과 열린우리당 입당을 옹호하기 때문에 매우 부적절하다는 사설과 야당이 독설에 가까운 수준으로 반발하는 내용을 전했다.

이들 과점신문은 17대 총선을 앞두고 탄핵파동과 잇따른 폄하 발언으로 대통령, 열린우리당과 대립의 각을 세웠다가 총선과 탄핵기각 이후 짧은 냉각기를 가진 바 있다. 그런데 다시 이처럼 첨예하게 사사건건 갈등을 드러내는 배경은 무엇인가.

먼저 정부와 여당은 소수 과점신문의 여론시장 지배로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개혁정책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시장 지배적 신문의 점유율을 제한하고, 편집권의 독립을 강화하는 언론개혁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 경우 주요 규제대상이 되는 조선, 중앙 등의 신문이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강한 반발을 보이는 것.

이들 신문으로서는 여당의 언론관련 입법을 막기 위해 여당 내부의 갈등과 두 야당의 강력한 반대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통령과 여당의 활동에 대한 내부의 이견을 드러내고, 야당의 반대의견을 집중 소개함으로써 분위기가 반전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방송의 다채널화와 다매체 경쟁시대를 맞아 신문시장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흔들리는 시장에서 충성스런 고정독자와 광고주의 확보는 생존의 필수조건인데, 이들 신문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독자의 취향에 맞는 취재와 편집을 선택한 것. 신문이 특정시각에 충실함으로써 관심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편집전략은 상업적 측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점신문과 정부가 벌이는 당파적 갈등과 소모적 대립은 신문 전체의 신뢰성과 설득력을 떨어뜨려 언론의 환경감시와 사회통합기능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독자가 이탈된 신문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들, 방송과 뉴미디어를 포함한 전체 언론시장에서 보면 일개 '골목대장'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신문의 활로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다양한 여론과 정보가 교류되는 공개장(Public Sphere)을 제공하는데 있다면, 과점신문은 신문시장의 정상화로 신문과 정치의 상생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이진로/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