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연령기준을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춘 민법 개정안은 법률마다 기준이 달라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청소년 연령 문제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민법은 사회생활을 통해 맺어지는 모든 계약관계의 기본이 되는 법률이다. 따라서 46년 만에 전면적인 손질이 이뤄진 민법 개정안은 선거법과 각종 특별법의 성년 연령기준 변경 논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 억울한 채무자를 만들어온 보증제도 등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한 것도 개정안의 특징이다.
■청소년 연령 통일에 물꼬
우선 현행 민법과 함께 만 20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도록 규정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만 18세∼19세인 대학 1∼2학년생들은 그동안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일부 대학생들은 지난해 선거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까지 냈다.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선거법 연령 규정은 입법부 재량"이라는 합헌 이유는 논란의 여지를 넓혀놓았다.
이와 함께 청소년 연령을 각각 만 19세 미만, 19세 미만, 만 18세 등으로 정해 법 집행에 혼선을 빚고 있는 각종 특별법의 개정 논의도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청소년보호법, 청소년성보호법, 공중위생법, 식품위생법, 음반·비디오·게임물법, 영화진흥법, 공연법 등이 그 대상. 보호대상을 만 19세 미만으로 정한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대학 입학생 중 상당수는 술을 마실 수 없다. 그러나 적용대상이 만 18세 이상인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들은 술집 등에서는 일을 할 수 있는 등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합리한 보증制 대폭 개선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보증인에게 과다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보증제도의 개선에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우선 현재의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미래에 발생할 채무관계까지 모두 포함해 일괄적으로 보증을 서게 하는 것을 금지했다. 기업 임원 등으로 계약할 경우 회사의 불법 행위나 채무불이행에 대해 퇴직 후까지 무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포괄근보증', 앞으로 발생할 채권에 대해서도 일괄 담보를 설정하도록 한 '포괄근저당' 등은 완전 금지됐다. 또 반드시 보증인의 기명날인이나 서명이 있는 서면이 있어야 보증계약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으며, 주채무자가 3개월 이상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보증인에게 통보토록 강제규정을 만들었다. 통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증인은 면책 받을 수 있다.
■여행계약 조항 새로 도입
실종기간을 장기간으로 정해 유족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사망의 개연성이 높은 선박침몰, 항공기추락의 실종기한을 6개월로 단축했다.
또 여행자가 여행사의 약관에 따라 일방적으로 불리한 여행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행계약 조항을 신설했으며, 결혼정보회사 등 사회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다양한 중개계약의 일반원칙을 명문화했다.
이밖에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와 관련, 변제 자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는 법정감독자가 책임을 면제하도록 한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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