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미은행에 계좌 개설을 신청하면 즉석에서 받아들여질까. 정답은 '아니오'다. 정동영(鄭東泳) 전 열린우리당 의장,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 등도 마찬가지다.씨티은행과 통합을 앞둔 한미은행이 최근 창구 직원들에게 정치인 등이 계좌개설을 신청할 경우 상부 승인을 얻도록 지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미은행은 5월초 일선 지점 직원들에게 씨티은행과의 통합 이후 준수해야 할 4∼5가지의 의무사항이 적힌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에는 정치인 등 사회 저명인사(Public Figure)가 계좌개설을 신청할 경우 즉석에서 처리하지 말고 상부의 승인을 얻어 처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
한미은행은 특히, 이 범주에 포함되는 대상인사 111개 직위 리스트를 작성해 함께 송부했는데 여기에는 노 대통령과 정 전 의장, 박 대표 등 정치인과 함께 청와대 인사,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 인사, 광역시장 및 도지사 등이 총망라돼 있다.
이에 대해 한미은행측은 "외국계 은행은 고객 확보 및 보안 차원에서 대부분 이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불법 정치자금 유통 및 계좌추적 등에 민감한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사전 방어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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