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8군사령관이 한미연합군을 평화유지군으로 활용, 작전 범위를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한미연합군의 역할과 관련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로 인한 '안보공백' 논란에 더하여 미래 지향적 한미동맹의 설계를 위한 몇 가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첫째, 한미연합군을 동북아 지역군이나 평화유지군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우리 정부가 공식 부인한 바 있으나 이는 '동맹조약'의 기능과 성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동맹조약은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발동된다. 하나는 '상호지원의무'를 군사동맹조약에 규정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체약국이 도발하지 않은 전쟁' 등으로 '개전사유'가 합당해야 한다. 따라서 대북 억지가 주 임무인 한미연합군이 한반도 이외의 지역으로 평화유지 임무를 띠고 동원된다는 것은 별도 합의가 없는 한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백히 위배된다. 평화유지 임무라면 유엔의 안보리 결의에 따른 평화유지활동(PKO)이나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참여하면 되며 이는 한미군사동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둘째, 외국의 주요 언론들도 비판한대로 주한미군 1개 여단을 이라크로 차출하는 것은 그 동안 '북핵 위기'와 함께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강조해 온 미국 정부로서는 앞뒤가 안 맞는 조처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시사이기도 하다. 미국이 군사력 보완조치를 한다고는 하나 북한의 대내외 사정이나 남북관계 등 주변 여건상 대남 도발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에게는 한반도 '안보공백'이 처음부터 주요한 이슈가 아니었던 것이다.
셋째,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역할재조정을 감안할 때 한미연합사의 해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바, 차제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함께 연합사를 해체하고 미·일연합방위체제의 병렬식 지휘체계를 바탕으로 평시의 연합작전협력 체제를 긴밀화하도록 한다. 신속대응군, 동북아 지역군체제로 주한미군이 개편되고 역외로 수시 동원되는 상황에서 연합사의 존재가 과연 필요하겠나 하는 의문이다. 유사시 단일 지휘체계는 현재의 유엔군 사령관을 정점으로 제도적으로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이는 평시 각자 독자적인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 전시에 NATO 사령관을 정점으로 재편되는 미·독일식 연합방위체제와도 근접한다.
넷째, 한반도의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여 NATO의 '즉각적인 군사지원' 형태로 미국측의 지원의무를 강화시켜야 한다. 유사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지원한다"(제3조)는 교과서적인 규정은 우리와 대치관계에 있는 북한과 중국간의 조중상호원조조약(1961년)이 "지체없이 군사적 지원을 한다"(동조약 제2조)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와 함께 이번에 문제가 된 주한미군의 이동이나 재배치 등 병력운용에 관해 사전협의를 제도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의 안보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 정상, 또는 관계 장관 선에서 '한미안보협력 공동선언'이나 지침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급변하는 안보환경에 처하여 국가방위는 일차적으로 우리가 담당해야 한다는 당위에서 군 구조의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병력집약형 군 구조에서는 운영유지비가 가중되어 실제 전력투자비는 전체 국방비의 25% 내외로 알려져 있는 바, 획기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18세기 영국의 정치가 팔머스턴 경은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이익이 있을 뿐이다"라고 설파했다.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아야 할 명언이 아닌가 한다.
/김경수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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