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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독립신문'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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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독립신문' 다시 본다

입력
2004.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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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6동 644호 정치학과 대학원 세미나실. 1996년 1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무려 6년 8개월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30분이면 20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다. 1896년 4월 7일 창간해 1899년 12월 4일 폐간된 독립신문 사설을 읽고 토론하는 '독립신문강독회' 모임이다.LG상남언론재단에서 6권 짜리 '독립신문 영인본'이 나온 것을 계기로 서울대 정치학과 김홍우 교수와 박사과정 대학원생들이 중심이 되어 시작한 이 모임은, 시간이 갈수록 단순한 정치학 세미나의 틀을 벗어났다. 강독회원들은 정치학 연구의 틀을 넘어 다른 분야 학자들과 함께 보며 토론할 필요를 느꼈고, 강독 모임에는 점차 역사학, 철학, 신학, 법학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900편이 넘는 사설 강독이 끝날 때까지 참여한 사람은 모두 70여명. 그 결과로 독립신문 사설 119편을 모은 선집 '독립신문, 다시 읽기'(푸른역사 발행)가 나왔다. 독립신문 내용을 요새 말로 옮긴 자료집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모임을 주도한 김홍우 교수는 "사회과학을 했다고 하지만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가 천박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독립신문을 읽었다고 말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강독회에 참석한 전인권 상지대 연구교수는 말로만 들었지 실제 읽지 않았던 독립신문의 내용에 참가자들이 한결같이 "감동했다"고 강독회의 느낌을 전했다. "100여 년 전의 사회정치 상황과 대외환경,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금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발견, "독립신문 사설에 등장하는 사회문제와 해법 속에 근현대사의 근원이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정부의 관인들은 구습에 젖어 백성을 돌아보지 않고 다만 비기지욕(肥己之慾)만 창자에 가득하며 여항의 백성들은 나태하고 우매하며 관령을 순종치 아니하며 서로 속이고 의심하며 법률을 자주 고치고 쓸데없는 관원을 많이 설시하여 국재를 허비하고 각국과 교제하는 데 신(信)이 없어 세계에 대접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1899년 7월18일자)

'대한 전국에 상무의 권리를 타국 사람들이 다 차지하고 대한 백성들에게는 조금도 이익이 없으니, 이 모양으로 통상을 하고 보면 몇 백 년이 지나도 대한에 유조(有助)할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1899년 6월1일자)

강독회는 "대한민국이란 정치공동체는 해방 3년 동안이 아니라, 19세기 말 일본과 서구 열강의 침략이란 위기 앞에서 문명국 조선을 갈망한 독립신문을 중심으로 새롭게 기획·토론·건설되고 있었다"고 보았다. 특히 김 교수는 독립신문이 '말과 글에 의한 새로운 공론의 장'으로 마련한 만민공동회에 주목했다. 혁명이나 봉기가 아니라 토론과 비판을 통해 근대적 정치공동체의 대안을 제시한 이 민중집회는 '한국적 직접민주주의의 초기 형태'이며, 고종과 체결한 광무 3조약은 '사회 계약'의 의미를 가진 '우리 헌법의 원형'이라는 설명이다. 선집에 이어 전집도 올해 말께 출간될 계획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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