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도 채 안되는 땅으로 무려 174배의 이익을 챙긴 속칭 ‘알박기’ 사범이 형사 처벌에 이어 민사소송에서 이익금 대부분을 고스란히 돌려주게 되는 등 만신창이 신세로 전락했다.부동산중개회사 전무였던 A씨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아파트 재건축사업 보조업무를 보다 사전정보를 입수, 2000년 2월 아파트 예정 부지내 땅 0.9평을 단돈 200만원에 사들였다. 사업부지 1만3,700여평을 구입한 D건설사는 사업승인을 위해 꼭 필요한 0.9평을 사기 위해 A씨를 설득했지만 A씨가 무려 5억원을 제시해 무산됐다.
결국 구청의 사업승인 반려로 사업이 지체되면서 월 1억4,000만원의 금융비용 손실을 입게 된 건설사는 어쩔 수 없이 A씨에게 3억5,000만원을 주고 땅을 매입했고, A씨는 매입가의 174배에 달하는 3억4,800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그러나 A씨는 형법이 처벌을 규정한 ‘타인의 긴급한 사정을 악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긴 경우’(부당이득 혐의)에 해당돼 구속기소된 뒤 지난해 8월 2억원 공탁 조건으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건설사측은 A씨를 상대로 1억4,800만원의 부당이득금 청구소송을 냈고, A씨는 최근 “건설사에 1억원을 돌려주라”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황한식 부장판사)의 조정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1일 “A씨의 유죄가 확정된 만큼 건설사측이 전액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A씨가 초기에 부지매수 업무를 도왔던 점, 이 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점 등을 건설사측이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0.9평 땅을 팔아 4,800만원은 건졌지만 전과자라는 오명은 평생 간직하게 됐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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