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합당론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개혁 추진을 위해선 현재의 우리당 의석(152석)만으로는 불안하다는 우리당측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노선과 이념성향 면에서 원래 한몸이었던 민주당과의 합당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우리당, 특히 지도부와 중진들 사이에는 합당 불가피론이 총선 직후부터 꾸준히 확산돼 왔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1일 "국회의장을 맡게 될 김원기 고문이 탈당하면 우리당 의석 수는 구속된 2명을 포함, 실제로는 과반수 아래인 149명"이라며 "민주당 역시 재보선 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양당의 필요에 의해 (합당에) 서로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정치특보는 "우리당이 불안한 과반인 것은 사실"이라며 "자연스런 공감대가 형성돼 민주당 의원들이 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김태랑 6·5 재보선 지원단장도 "민주당과는 한 뿌리여서 자연스럽게 합당될 것"이라며 "호남에 합당을 바라는 정서가 많다"고 강조했다. 김원기 고문도 공·사석에서 합당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우리당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언급한 '민주대연합론'에 이런 구상까지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합당론에 대해 겉으로는 "전남지사 보선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우리당의 정략적 발언"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내심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당으로 당의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가 팽배하다.
이를 위한 양측의 탐색전도 시작됐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우리당 염동연 의원은 지난달 하순 광주에서 민주당 이정일 사무총장을 만나 "합당 논의를 위한 비공식 채널을 만들자"고 제안, 불씨를 지폈다. 민주당 관계자도 이날 "달리 당의 출구가 없는데다 지역에서도 합당 요구가 적지 않다"고 말해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합당의 명분과 시점이다. 6·5 재보선이 임박해 있고 총선을 치른지도 얼마 안돼 아직은 합당문제를 공론화하기는 이르다는 게 양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일단은 재보선 이후를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양당 내부엔 "주요 정책에 대해 언제든 협력할 수 있는데 인위적으로 합당할 이유가 있느냐"는 반론도 엄존한다. 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합당은 말할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불과 한달 반 전 총선에서 사투를 벌인 양당의 합당을 여론이 곱게 봐줄 지도 변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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