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품질 쌀 시장이 한국 상륙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쌀시장 개방 유예 연장을 위한 양자간 협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나라인 중국의 쌀 농업이 기존의 저렴한 가격과 함께 유기농 등 친환경 농업 및 맞춤식 생산 등을 통한 고품질화로 한국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어느 방법이든 쌀시장을 추가 개방해야 할 국내 농업으로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달 24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징허(菁禾) 유한공사'의 한 도정공장. 현대화한 도정시설 라인을 따라 창고에 보관돼 있던 벼들이 쉴새없이 고품질의 쌀로 변하고 있다. 국내 미곡종합처리장(RPC)격인 이곳의 쉬훙싸(許紅霞·39·여) 공장장은 "지난 2002년 한국과 일본시장을 겨냥해 일본산 최신식 도정기계를 도입했다"며 "향후 한국 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 이곳에서 생산된 고품질 쌀들이 한국시장으로 수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징허' 브랜드 쌀의 도매가는 1㎏당 5위안(元·약 한화 750원). 현지에서 판매되는 보통 쌀이 2.6위안인 점을 감안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들은 대부분 일본 등으로 수출되며 특히 최근 중국내에서도 경제성장에 맞춰 점점 고급쌀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공급이 달릴 정도라는 것이 이곳의 설명이다. 이 곳의 일일 생산량은 120톤으로 국내 RPC(일 평균 24톤)의 5배에 달한다. 특히 이 곳에서는 지난 해 9,000톤의 쌀을 한국에 수출했으며 올 해 1만여톤을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린성내 4곳과 랴오닝(遼寧)성내 1곳 등 5곳의 도정공장을 통해 지난 해 한국에 11만여톤을 수출했다.
쉬훙륡 공장장은 "징허 유한공사는 중국내 500대 기업중 141위의 기업으로 연간 쌀 도정능력은 총 75만톤에 달해 언제든지 한국시장이 개방되면 고품질의 쌀을 수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주문생산을 통한 농산물의 고품질화도 확산되고 있다. 28일 찾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한 농산물 가공공장 대표는 "전국의 14개성에서 농민들과 계약을 맺고 주문생산을 하고 있다"며 "ISO 9001인증까지 받고 까르푸, 월마트 등 세계적인 대형 할인점에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시장에도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8,000만달러를 수출한 이 회사를 포함해 저장성내 50여개 농산물 가공업체는 지난 해 매출의 95%인 39억달러를 해외에 수출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의 홍성재 농무관은 "한국에서는 중국산 농산물이 저질품이라는 인식이 뿌리 박혀있지만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현재 5∼10% 수준인 중국내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춘·항저우·상하이=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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