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한 분은 가끔 입대하는 꿈을 꾼다고 합니다. 전역한 지 20년도 더 지났는데 말이죠. 경기가 좋지 않아 사업체 운영이 어렵거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꿈 속에서 머리를 깎고 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고 합니다.국방의 의무는 분명 신성합니다. 그리고 의무를 지키는 기간이 인고의 세월이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많은 고생을 합니다. 최전방 철책에서 군 생활을 했던 그 분이 마음이 불안하면 그런 꿈을 꾸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야기입니다. 군 복무를 거의 마치는 소위 '말년병장'들이 자신이 복무했던 곳에 대해 "여기를 향해서는 오줌도 안 눈다"는 말을 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일단 전역을 하게 되면 상황은 180도로 달라집니다. 신성한 의무를 마쳤다는 성취감, 힘든 세월을 잘 견뎠다는 만족감이 뿌듯하게 밀려옵니다. 자신이 복무했던 곳의 풍경도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고생스럽게 오르내렸던 고지는 기암괴석이 가득한 아름다운 봉우리로, 얼음을 깨고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했던 계곡물은 청정옥수로 비칩니다. 그곳을 향해서는 바지 앞단추도 풀지 않겠다던 부대는 가장 많은 추억을 간직한 아름다운 곳으로 변합니다.
호국의 달 6월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그 추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으로 이어지는 최전방 지역은 무척 아름다운 곳들입니다. 분단이 없었다면 국가대표 여행지가 되고도 남았을 곳들입니다. 눈에 담을 것이 많습니다. 환경도 옛날 같지 않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많은 인프라를 구축했고, 사통발달로 열린 도로는 대부분 포장이 됐습니다.
아이들에게 근무했던 부대도 보여주고, 그 때의 추억도 이야기합니다. 옛날에는 죄 없이도 조마조마하게 대했던 검문소. 교통정리하는 키 큰 헌병이 경례를 올리면, 손끝을 이마에 붙이며 멋지게 답례도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 든든한 아버지로 자리잡게 될 겁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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