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고있는 진보와 보수 논란을 보면서 스포츠와 정치에 비슷한 점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징 있는 팀 컬러와 프로모션을 내세워 연고지 팬 확장에 주력하는 프로구단의 마케팅전략이나 색깔 다른 정책과 차별화 한 각종 이벤트로 지역 유권자 확보에 주력하는 정당의 마케팅전략이 다를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그런 성향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야구 2개 구단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잠실야구장에서 두 팀의 경기를 따로 몇 차례 본 야구팬이라면 이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잠실야구장에는 86년부터 색깔이 전혀 다른 프로야구단 두 팀이 동거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 팬 요구에 맞추느라고 비슷한 점이 많아졌지만 OB베어스(현 두산베어스)가 대전에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초창기에는 서울 터줏대감이었던 MBC청룡이나 현재의 LG트윈스와 비교되는 점이 많았다. 청룡이 김재박을 간판으로 화끈한 야구를 구사했던 반면 특출한 스타 없이 고만고만한 선수들로 구성되었던 베어스는 당시 김성근 감독의 지휘하에 철저한 관리야구를 보여주었다.
마케팅 믹스 측면에서 보자면 서울 팬들에게 파는 제품의 특징부터 달랐다. 그 뿐만 아니라 한쪽(LG트윈스)이 치어 걸을 동원한 화려한 응원을 선보일 때 다른 쪽은 한복 입은 응원단장의 동네응원을 고수했다. 경기장에서 듣는 음악 역시 한쪽이 팝송이라면 다른 쪽은 세미 클래식 위주였다.
제품과 프로모션이 다르다 보니 두 팀의 경기를 자주 구매하는 팬들 역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MBC시절부터 이어온 LG팬들이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열혈 야구팬이라면 두산 팬들은 야구자체를 즐기는 신사 팬이었다.
정치판 용어로 비유하자면 당시 두 팀의 팬들은 모든 면에서 진보성향과 보수성향으로 확연히 구분되었다. 스포츠 팬들이 좋아하는 팀을 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구단이 내세운 서로 다른 팀 컬러와 프로모션이 중요한 관람동기로 작용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사회의 정치 팬들도 둘로 갈라진 건 분명한 것 같다. 거기에도 자신의 기호에 맞는 정책과 간판스타가 지지동기로 작용했을 수가 있기 때문에 두 판이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놀고 즐기는 수단인 스포츠와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정치가 다 같을 수야 없겠지만 프로구단과 정당이 구사하는 마케팅전략의 목표는 같을 수 있을 것이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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