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그 사람 아잉교.'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7대 총선에 이어 경남의 표심을 놓고 'PK대첩 2라운드'를 펼치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도지사 보궐선거전이 막판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각종 여론조사결과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50%대에 달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인물론 보다는 정당론 앞서
그래도 장터 바닥이나 저녁 술자리에서는 선거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총선 때 처럼 여전히 인물론 보다는 정당론이 앞선다.
특히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 보다는 오히려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소속으로 도백을 지낸 김혁규 전 지사의 국무총리 지명 여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더 많다.
마산어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상출(56·마산시 자산동)씨는 "지 하나 잘 될끼라꼬 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람이 다른 당 총리를 한다카이 말도 안되지예"라며 '김혁규 배신자론'를 지지하고 나섰다.
옆 자리의 최순임(63·여·마산시 신포동)씨는 "그래도 경남에서는 그 양반 욕하면 안되는기라, 장사가 잘 될라카믄 그 양반 편을 들어야제"라며 '김혁규 총리론'을 거들었다.
이를 듣고 있던 강창규(52·마산시 남성동)씨는 "싸움이나 하는 것들이 선거때만 되면 지방으로 몰려오는 꼬락서니가 뭐꼬. 저거들이 서민을 알면 얼매나 안다고 입만 열면 서민경제 회복을 얘기하노"라며 양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나라 굳히기에, 우리당 뒤집기
17대 총선 성적표는 정당 득표율에서 한나라당이 47.3%, 열린우리당이 31.7%(민주노동당 15.8%)를 각각 얻었다.
지역구는 전체 17석 가운데 한나라당이 14석,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에서만 2석을 차지해(민주노동당 1석) 한나라당 '싹쓸이시대'를 마감했다.
이 지역 선거에 '탄핵풍'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노풍(老風)'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신성일(28·마산시 월영동)씨는 "대통령 탄핵문제는 지난 총선으로 심판이 내려졌으니 자치단체장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역발전을 위한 인물 위주의 선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영(56·창원시 상남동)씨는 "노인 경시발언에 대한 사과는 있었지만 하루 아침에 섭섭한 감정을 지울 수 있겠느냐"며 이번에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듯 후보등록 직전 지역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열린우리당 장인태 후보를 5∼10%정도 앞섰다.
그러나 선거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열린우리당 장 후보가 거세게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안정권 진입'과 '막판 역전'을 주장하면서 사력을 다한 막판 득표전을 펴고 있다.
한나라당 김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김혁규 전 지사 10년 도정 독점의 연장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전통의 바닥 표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맞서 열린우리당 장 후보는 "도정의 연속성과 지역발전을 위해 행정부지사와 도지사 권한대행을 역임한 30년 행정전문가를 밀어달라"며 '준비된 도지사론'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동층 향배, 김혁규 카드 변수
결국 절반을 넘는 부동층의 향배가 대세를 가를 수 밖에 없는 형국으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김혁규 총리 불가론'으로 시종일관 열린우리당에 맹공을 퍼부으면서 "배신자에게 텃밭을 내 줄 수 없다"며 320만 경남도민의 자존심까지 들고 나왔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김혁규 국무총리-여당 도지사'를 잇는 이른바 '골든 트로이카'체제를 앞세운 '힘있는 여당도지사론'과 '경남발전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선거전 이후 2번이나 경남을 찾아 텃밭 지키기에 열을 올리자 열린우리당도 지난 주말 신기남 의장 등 당 지도부가 대거 내려와 '인물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여기에 민주노동당 임수태 후보는 두 후보를 향해 "무책임한 공직 후보들의 보선 출마"라고 꼬집은 뒤 "오만한 열린우리당과 비도덕적인 한나라당 후보의 대안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 민주노동당 밖에 없다"며 차별화 한 서민 공약을 앞세워 또 한 번의 '민노당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창원·마산=이동렬기자 d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