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당시 부산에도 한때 노란색 탄핵 역풍이 불었다. 하지만 곧바로 앞바다에서 푸른 파도가 솟구쳐 18개 선거구 중 사하을을 뺀 17곳을 덮쳤다. 그리고 50여일. 거여(巨與) 건제론의 본거지를 사수하려는 한나라당과, 교두보를 딛고 고지로 향하려는 열리우리당이 다시 벼랑 끝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나라당 허남식후보와 열린우리당 오거돈후보 모두 '2% 내의 초 접전'이라는 판세 분석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두 후보 모두 견제론 내세워
도무지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1일 만난 시민 가운데 인물을 보고 뽑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허남식이나 오거돈이나 둘 다 부시장 안 했나. 둘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데이." 김경욱(50)씨는 그래도 인물을 차별화해보려고 고민하는 축이다. 다른 많은 유권자는 '파란 색이냐 노란 색이냐가 승패를 좌우할 단 하나의 차이일 뿐'이라는 듯, 정당 얘기만을 했다.
'당대 당 대결' 양상으로 치달은 선거전에서, 허 후보나 오 후보 캠프 모두 '거여(巨與) 견제론'이라는 같은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두 후보가 말하는 거여는 다르다.
허 후보 선거대책본부의 관계자는 "총선 때처럼 과반의석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나라당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조경태 선거대책본부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싹쓸이 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독주를 견제할 수 있도록 열린우리당 시장을 만들어달라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이 다 '균형심리'에 호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유권자들도 어느 쪽으로든 힘이 쏠려서는 안 된다는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를 뿐이다. 부산역에서 만난 반영규(70)씨는 "열린우리당이 과반했다고 맘대로 할라카믄 안되는 거 아잉교"면서 "부산은 한나라당을 밀어야지예"라고 강조했다. 영도에 사는 김정임(42·여)씨는 "지금껏 한나라당이 싹쓸이 해서 부산이 뭐 좋아진 거 있능교"라며 "인자 부산이 좀 살기 좋아질라카믄 여당 출신 시장이 함 나와야지예"라고 말했다.
꺼지지 않은 탄핵역풍과 老風
세대간 대결 구도 역시 여전했다. 그 한 가운데에 탄핵역풍과 정동영 전의장의 노인발언 역풍이 꺼지지 않은 채 자리잡고 있다. 이성식(27)씨는 "스스로 바뀌었다고 했지만 탄핵을 밀어 부쳤던 한나라당의 과거는 결코 잊을 수 없다"며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개혁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영식(66)씨는 "나이 먹은 사람들은 집에 가서 쉬라는 당 사람을 찍어줘서 되겠나"며 한나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팽팽한 접전은 지난달 21일 후보등록 직전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국제신문과 부산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후보지지도는 오 후보가, 당선가능성에서는 허 후보가 각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은 그러나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후보지지도와 당선가능성 모두 앞서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표율이 판세 좌우할 최대 변수
선거전 초반 오 후보는 허 후보의 '동성게이트' 연루 의혹을 공략했고 허 후보는 오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물고 늘어졌지만 상대 후보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투표율이 선거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오 후보 측은 젊은 세대의 투표율을 끌어 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후보측 관계자는 "선거일이 토요일인데다 기말고사 기간이라 걱정이 크다"며 "대학가와 시내 중심가를 돌며 젊은이들을 투표장을 끌어들이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후보 측 관계자는 "당 조직력은 우리가 앞서지만 오 후보측 조직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며 "투표율이 너무 낮아지면 오 후보의 조직표가 앞설 지 모른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부산=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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