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쟁 명분인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지 1년이 흐른 뒤 미 뉴욕타임스는 자사의 보도가 잘못된 언론관행 때문이었다며 절절한 '반성문'을 게재했다.뉴욕타임스 여론독자담당 편집인인 대니얼 오크렌트는 30일 옴부즈맨 칼럼을 통해 이런 실수는 미 행정부내 주전파의 공작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특종의식, 선정적인 편집, 치고 빠지기식 보도 관행 등 신문사 내부 문제에서 기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2년 9월부터 2003년 6월까지 뉴욕타임스를 읽은 독자라면 사담 후세인이 WMD를 보유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제, 이런 실책이 나온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가장 먼저 특종에 굶주린 기자 사회 분위기를 지적했다. 기자들의 불문율이 과거 '반드시 가장 먼저 쓸 필요는 없으나 가장 정확히 써야 한다'에서 '가장 먼저 써라 그리고 정확히 써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선정적인 1면 편집을 꼽았다. '한편은 이렇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저렇다'는 기사 형식을 통해 기자들이 선정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싣는 게 다반사라는 얘기이다.
세번째로는 야구의 '히트 앤 런' 식 보도 관행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의 WMD보유를 증언하는 이라크 망명자들의 거친 발언을 실으면서 발언의 진실 여부를 끝까지 추적하지 않았다. 사후 추적이 있었다면 미 중앙정보국(CIA) 등이 망명자들의 발언만을 중시해 잘못 판단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았으리라는 비판이다.
넷째 원인은 익명의 취재원의 발언을 무책임하게 인용하는 관행이다. 취재원이 거짓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해 기사를 작성하면서 취재원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밝히지 않는 기자들의 태도가 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편집국내 여러 기자들의 활발한 의견 개진을 통한 여과 과정이 생략된 현재의 언론관행도 문제시됐다.
오크렌트는 "1920년 전설적 언론인 월터 리프맨과 찰스 메르츠는 기자와 편집인들이 볼세비키 혁명에 지나친 반응을 보여 혁명을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며 "이라크 전쟁에서도 이러한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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