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달리다가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습니다. 재충전 기간을 가지면서 시민운동의 새 방향을 찾아보려고 합니다."지난 10년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입' 역할을 했던 고계현(40) 정책실장이 정책업무를 떠나면서 '영원한 대변인'의 자리에서도 물러난다. 1994년 공채로 경실련에 들어온 고 실장은 시민입법위원회 간사를 시작으로 정책부장, 시민입법국장, 정책실장 등 줄곧 정책부문을 맡아오면서 사실상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그간 정보공개법과 5·18 특별법 제정, 부패방지법 등 경실련의 굵직한 업적들이 그의 손과 입을 거쳐 세상에 알려졌다. "새벽 5시부터 자정이 넘도록 언론사 전화를 받으며 생활해왔지요. 하지만 NGO의 활동을 알린다는 보람에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해왔습니다."
고 실장은 내달부터 커뮤니케이션 국장으로 자리를 옮겨 구미 선진국가의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연구분석 업무를 맡게 된다. 사회엘리트 중심의 정책대안 창구로서의 성격이 강한 경실련을 풀뿌리 시민회원들과 결합시키는 현실적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내년 1년 동안은 유럽과 미주 국가 등을 돌아다니며 선진 시민단체의 활동을 견학할 예정이다.
고 실장은 시민운동의 재정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앞으로 시민운동의 정체성에 관해 고민하지 않으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세력의 홍위병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며 "노동 빈민 환경 여성 인권 문제 등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순의 원인들을 실생활에서 찾아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일반 시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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