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축은 경제를 살리고 난 뒤 해도 늦지 않다. 정신차려라.(ID sharplaw)"3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이틀 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당선자 등의 청와대 만찬을 겨냥한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2시간여 진행된 만찬에서 청년실업 등 파탄 지경에 이른 서민들의 생활고는 안중에도 없이 노랫가락만 흘러나온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는 얘기였다.
실제로 29일 청와대 영빈관은 참석자들의 독창과 합창 등 노래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여성 당선자들이 가요 '만남'을 부르자,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가세했고, 386 당선자들은 운동권 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노 대통령 역시 2곡의 애창곡을 구성지게 불렀다.
총선 승리 이후 노 대통령과 우리당 당선자 전원이 처음으로 만나 집권 2기를 여는 자리였던 만큼, '단합'과 '자축'을 할 수도 있다.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당선자 축하 성격의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로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에 이르고, 서민들은 수천만원의 빚에 쪼들리다 못해 집단자살까지 하는 상황에서 국정을 책임져야 할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흥'에 겨워 귀중한 시간을 통째로 허비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달 20일과 4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우리당 전·현직 지도부 만찬 및 4·15 총선 선대위 간부 20명과의 만찬에서도 정치적 현안만 논의됐을 뿐 거덜난 민생은 뒷전이었다.
요즘 인터넷상에는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들의 원망도 드높다'(歌聲高處怨聲高)는 춘향전의 한 구절이 떠돌고 있다. 참여정부의 집권 2기가 더 이상 '당신들의 천국'에 그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박정철 정치부 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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