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와 친일파 후손들이 선대의 땅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게 됐다.먼저 소송을 낸 것은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들. 송병준은 친일단체인 일진회를 결성, 한일합방에 기여하고 이완용 내각과 조선총독부에서 중역을 지낸 인물이다. 송병준의 후손 7명은 2002년 9월 인천 부평구 산곡동 미군부대 '캠프마켓' 일대 땅 13만3,000여평 가운데 2,900여평(공시지가 62억원)에 대해 소유권 등기말소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이들은 "증조부 송병준이 임야 일부를 전답으로 개간하고 나무를 심어 국가로부터 합법적으로 받았는데도 45년 해방 후 미군정이 국가에 강제 귀속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동안 4차례의 변론준비 과정과 2차례 속행 공판이 이뤄졌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안 민영환 선생의 후손들도 맞대응에 나섰다. 민 선생은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자결로 항변했던 구한말 대표적인 애국지사. 민 선생의 5대손인 민명기씨 등 14명은 31일 "땅의 원소유주는 자신들"이라며 독립당사자 참가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민사소송법 79조는 제3자가 소송결과에 따라 권리를 침해 받을 수 있는 경우 독립당사자 참가신청을 통해 당사자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씨 등은 신청서에서 "이 땅은 원래 민 선생이 1900년에 국내 최초의 근대 농업회사인 '목양사'라는 농장을 운영하던 곳"이라며 "민 선생의 식객이었던 송병준이 민 선생이 자결한 3년 후 민 선생의 어머니를 속이고 협박해 이 땅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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