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시대에는 여성이 남녀차별이라는 전시대의 망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7일 열린 제14회 세계여성지도자회의에 참석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조앤 하렐, 사비나 나와즈, 샤론 베이레이 등 여성 고위임원 3명은 "디지털이야 말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새로운 기회"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모두 각각의 사업부를 총괄하는 전·상무이사급 임원으로, 특정 분야에서 10∼1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인들이다.
인수합병(M&A) 및 대외협력 부문의 하렐 전무는 "IT 기업에서 여성의 숫자는 여전히 소수지만, 전통 기업에 비해 여성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다"고 말했다. 대부분 설립 20년 미만의 젊은 기업들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기업문화에서 비교적 자유로우며, 육체적 강인함보다 정신적 노동을, 투쟁보다 협력적 분위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 진출의 확대를 위해 가정 생활과 직장 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신축적인 근무환경의 도입을 제안했다. MS의 경우 이를 위해 업무 공유(job sharing) 및 재택 근무, 집중근무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나와즈 인재개발 담당 상무는 여성에 대한 기회 확대를 언급하면서 "전체 노동력의 46.6%가 여성인 미국에서 조차 상위직급이나 주요기업에서는 여성 임직원의 비율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9년간 MS의 핵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던 그는 IT기업의 여성 비율이 낮은 이유로 "이공계에 지원하는 여성이 적다"는 점을 꼽으며 "정부와 기업이 남녀간 디지털 격차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는 뜻을 비쳤다.
한편 샤론 베이레이 MSN 지역사업총괄 전무는 "한국은 스웨덴에 이어 여성의 인터넷 사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라며 "남녀간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낮을수록 여성 리더십이 강화될 가능성도 큰 만큼 한국에서 여성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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