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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육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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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2월 미국 신문재벌 허스트 집안의 상속녀 패티 허스트가 게릴라에게 납치된다. 그러나 두 달 후. 패티 허스트는 자신을 납치한 게릴라 단원과 함께 은행강도에 가담해 세상을 놀라게 한다. 이후 '허스트 신드롬'이란 말은 피랍자가 납치자에게 동조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키게 되었다.'완전한 사육(飼育)'(2001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마츠다 미치코가 94년에 쓴 소설 '여자고교생 유괴사육사건'을 영화화한 98년작 '완전한 사육'의 속편이다. 제목만으로도 불쾌함과 야릇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작년 30대 벤처기업 직원이 여중생을 납치해 '사육'하려다가 잡힌 사건처럼. 그러나 줄거리는 변태나 새디즘의 행동보다는, 인질이 인질범에 동화된다는 허스트 신드롬에 더 가깝다.

쓰무라 하루카(후카우미 리에)는 직장 일로 바쁜 어머니말고는 달리 말벗도 없는 여고 2년생이다. 누가 어디론가 자신을 데려가기만을 고대한다.

하루카는 들판에서 UFO를 타고 온 우주인이 자신을 데려갈 것이라는 몽상에 빠지지만, 어이없게도 40대 남자에게 납치를 당한다. 납치범 스미카와(히다 야스히토)의 처지도 하루카와 다를 게 없다. 평생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 받아본 기억이 까마득하다.

익명의 공간인 비좁은 아파트 안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는 만큼, 영화는 폐쇄공포증을 유발시킬 정도로 답답하게 진행된다. 그 답답함은 어느새 수갑과 밧줄에 묶인 채 하루종일 스미카와의 퇴근만을 기다리는 하루카의 마음으로 바뀐다. 기본적인 권리를 완벽하게 박탈당한 채 '사육'당한다면 사람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호기심이 영화의 전반부를 이끌고 나간다면, 과연 이것도 사랑일까라는 윤리적 질문이 후반부를 이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스미카와의 외로움이 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 담담하기까지 한 마지막 장면은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애절한 드라마나 선정적인 볼거리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기대 이하일 것이다. 감독 니시야마 요이치. 18세관람가. 4일 개봉.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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