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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국가기밀누설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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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국가기밀누설죄?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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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17대 국회가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탄핵 기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정무에 복귀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17대 국회가 문을 열게 됨에 따라 노무현 정부 2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노무현 정부 2기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선택을 갖고 있다. 노 대통령이 다수 의석을 가지고 강력한 개혁을 추구해 나가면서도 탄핵을 통해 성숙해진 리더십을 가지고 과거식의 편가르기와 불필요한 정쟁을 피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추구해 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탄핵과 총선 승리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너희들이 아무리 시비를 걸어 봐야 내가 계속 이기지 않느냐"는 식으로 밀어붙여 계속 잡음이 나고 낡은 대립의 정치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타난 것들을 보면 불행하게도 후자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를 가급적 빨리 당으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편법으로 개각을 강행하려다 고 건 총리의 제청 거부로 스타일을 구긴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김혁규 전 경남지사 총리 카드를 둘러싼 잡음 등이 그러한 우려를 갖게 한다. 차기 총리 문제의 경우 노 대통령이 지난 주말 당선자 만찬에서 6월 5일 재보궐 선거 이후로 논의를 미룸에 따라 일단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즉,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로 청와대의 창구인 문희상 의원이 김혁규 총리 카드에 대한 우리당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의 부정적 견해에 대해 "총리 지명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며 "총리 임명 동의안이 부결되면 조기 전당대회 개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신기남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우리당 지도부를 사실상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우선 총리 지명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는 문 의원의 말은 중요한 지적으로, 맞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자기 고집이 강해 반대하면 더 밀고 나가는 스타일을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이 잘 아는 만큼 이를 솔직히 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다고 우리당 의원들과 지도부가 무조건 노 대통령의 선택을 추종하고 비판적 건의를 해서는 안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총리 문제가 잘못되면 조기 전당대회 개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충격적인 주장이 아니다. 이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이외에 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김혁규 총리 임명에 반대해 김 전 지사가 총리로 임명되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이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지도부를 교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열린우리당의 당규를 읽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민주적 참여정당을 자처하는 우리당이 대통령이라고 이 같은 권한을 갖도록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노 대통령이, 아니 최소한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인 문 의원이 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전당대회를 소집해 당 지도부를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해 노 대통령, 아니 최소한 노 대통령의 정치특보가 열린우리당을 대통령이 마음에 거슬리면 지도부를 교체할 수 있는 3김식의 사당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의 발언이 전혀 열린우리당의 현실과 상관이 없는 망언이었다면, 문 의원은 잘못된 발언으로 마치 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사당인 것처럼 보이게 한 죄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문 의원의 발언이 사실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문 의원이 너무 솔직하게 진실을 폭로한 것이다. 즉,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사당이라는 국가기밀을 누설한 국가기밀누설죄를 저지른 것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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