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빠져 나가는 자금이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모든 분야에서의 국제적 교류가 갈수록 활발해져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반대급부 없이 일방적으로 나가는 자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증여성 송금이나 해외동포들의 재산 반출, 해외 이주비 등으로 국외 유출된 자금은 45억2,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1% 늘었다.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해외 도피용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에 달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불법적인 재산 해외도피다. 미국 LA나 중국 상하이 등 한국인이 밀집한 지역에 거액이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최근 관세청이 적발한 대형 불법 환치기 사건은 외화 유출의 심각한 상황을 말해준다. 또 해외에서 부동산 등 자산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한은에 사전신고를 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신고건수가 하나도 없었다. 해외 골프회원권 매입신고도 10여건에 불과했다. 장기 불황으로 지난해 가계 및 개인사업자의 저축성 예금 순유입액이 199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돈은 수익이 높은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해외 유학이나 연수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교육부분에서 우리가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어 밖으로 나간다. 악질적인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불안 심리와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 등이 해외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나친 위기감이라고 몰아붙일 게 아니라 그 같은 분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 통계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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