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조엘 코엔 형제의 영화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다. '허드서커 대리인'에서 주인공 팀 로빈스는 난데없이 훌라우프를 발명해 성공하고,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에서 조지 클루니 등 탈옥수 3명은 감히 방송사에 난입해 컨트리음악을 불러 유명인이 된다. 보통의 영화문맥이라면 도저히 도출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레이디 킬러(The Ladykillers)'도 예외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뻔한 결론'에 식상한 팬들이라면 "역시, 코엔 형제"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하다.영화 초반은 상식적이며 명확하다. 고매한 대학교수 도어 박사(톰 행크스)가 미시시피주의 한 외딴 집 지하실에 세를 얻는다. 인근 카지노까지 땅굴을 파서 금고를 털려는 것. 이를 위해 폭파설계 전문가 제너럴(마 츠이), 삽질 전문가 럼프(라이언 허스트) 등 조직원 4명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이 저지르는 못된 짓을 집주인 할머니 먼순(일마 홀)이 목격하면서, 영화는 완전히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된다.
코엔 형제는 이때부터 관객의 상식과 통상의 선악구분과 흑백논리를 무참히 깨부순다.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아는 악당들인데도 이들은 언제나 도도하고 유쾌하다. 먼순 여사가 다니는 교회 목사도 "원수한테는 매가 약"이라고 설파한다. 죽음에 대한 공포나 경외감 따위도 없다.
주인공들은 설사 때문에 죽고, 뻐꾸기 시계소리에 놀라 죽는다. 그러면서 흘러 나오는 음악은 흥겨운 블랙 가스펠(흑인 성가) '렛 유어 라이트 샤인 온 미 (주님의 빛을 제게 비추소서)'이다.
영화가 유쾌한 것은 코엔 형제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는 세상에 대한 조롱 덕분이다. 둘은 이 엉뚱한 영화를 통해 세상의 온갖 고귀한 것들에 통렬한 한방을 먹인다. "저는 골드와이트 하긴슨 도어 피에이치디(Ph.D·박사)입니다"라는 주인공의 장황한 자기 소개에 먼순 할머니는 "뭔 이름이 그리 이상하냐?"고 멀뚱해 한다. 결국은 도둑놈에 불과한 도어 박사는 언제나 미국의 '국민 시인' 애드거 앨런 포의 시 구절을 입에 달고 다니고, 악당이 지도를 펴놓고 작전을 짤 때도 유려한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그러나 허전하다. 코엔 형제가 전작에서 보여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없고, 세상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는 넉넉한 세계관도 없다. 교회 성가대원들이 부르는 블랙 가스펠의 흥겨움, 잘린 손가락을 고양이가 물고 다니는 엽기적인 코미디 코드만 눈에 띌 뿐이다. 코엔 형제는 비록 관객 머리 위에서 노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가슴에 와 닿는 은근한 울림이라는 그들의 소중한 장기를 너무 쉽게 버렸다. 15세관람가. 4일 개봉.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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