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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보기] 정연식의 '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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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의 만화로 세상보기] 정연식의 '또디'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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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임신한 백숙은 힘든 입덧을 견디기 위해 사랑하는 남편 팔육을 홀로 두고 친정으로 내려간다. 아내가 없는 빈집에서 병치레를 하게 된 팔육은 그래도 힘든 아내가 걱정할까 봐 애써 멀쩡하게 백숙에게 전화를 걸어 입덧은 나아졌냐고 묻고, 백숙은 친정엄마의 손 맛에 거짓말처럼 좋아졌노라 대답한다. 안심하고 전화를 끊은 팔육은 그제야 아픈 몸을 이불 위에 눕힌다. 백숙도 정말 괜찮냐며 걱정하는 친정엄마 앞에서 너무 힘들다며 무거운 몸을 이불 위에 눕힌다. (에피소드 '난 괜찮아')사랑은 같은 것을 걱정해주고, 같은 말로 위로해주며, 서로를 위해 애틋한 거짓말까지 하게 만든다. 정연식의 만화 '또디'(애니북스)는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의 감성은, 일상처럼 천연덕스럽기도 하고 천상처럼 영롱하기도 하다. 술에 취해 곯아 떨어진 팔육은 십자가로 흡혈귀를 물리치는 꿈을 꾼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백숙은 화가 잔뜩 나 프라이팬을 들고 달려들다가 팔육이 주워든 무언가를 보고, 십자가 앞의 흡혈귀처럼 잔뜩 겁을 먹은 채 물러난다. 팔육이 내민 것은 바로 체중계 (에피소드 '천적'). 사랑이 일상을 통해 서로를 길들여 가는 천연덕스럽지만 예쁜 모습이다.

에피소드 '예, 그렇습니다'는 영롱한 사랑의 모습을 담는다. 만남과 헤어짐과 재회를 통해 영혼을 맺은 젊은 연인 진표와 세유. 그러나 진표는 청년 실업자 신세다. 고깃집에서 숯불 갈아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에게는 '열 관리사'라고 둘러대야 하는, 아직은 보잘 것 없는 처지이다. 그러나 세유는 아버지 앞에서 기죽지 말라 당부하고, 진표는 예비 장인의 자존심 찌르는 질문에 "예, 그렇습니다!"로 맞선다. 말칸의 대사와 달리 세유의 손바닥 위에 올려질 만큼 작아져 버린 진표. 세유는 진심으로 잘해냈다고 진표를 위로하고 진표는 눈물로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연인들의 계절인 봄날이 가고 있다. 사랑을 가꿔 가는 젊은 연인들도, 결혼생활을 숙성시키는 부부들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사랑은 일상의 축복이기를 바란다. 사랑은 많을수록 좋다. 클수록 좋다. 많이 사랑하고 크게 나누기를…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소개하는 마지막 에피소드. 그녀로부터 처음 선물 받은 만년필을 잃어버리던 날. 조심스런 고백에 그녀는 괜찮다며, 나는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라며 팔짱 껴준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오늘 우연히 그는 만년필을 찾게 된다. 그런데 이젠 그녀가 곁에 없다. 그는 중얼거린다. 그녀도 이 만년필처럼 내가 제대로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에피소드 '만년필')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사랑하는 사람 잃어버리지 않도록 성실할 것이며, 잃어버렸더라도 절망하지 말지니. 그의 만년필처럼 그 사랑 언젠간 찾을 것이므로. 당신의 사랑이 깊고 간절하다면.

박군 /만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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