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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軍 개혁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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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軍 개혁 지금이 적기다

입력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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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대대적인 군 숙정이 진행되던 1993년 봄. 당시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숙군(肅軍)의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하나회 척결, 12·12 관련 장군 강제전역, 진급 및 뇌물비리 연루 장군 수사, 율곡비리 관련자 사법처리 등 군 개혁작업이 수개월 동안 숨가쁘게 이어지던 때였다. 겉으로 보기에도 칙칙한 모습의 국방부 청사는 흉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적에 휩싸였다. 장군들은 언제 목이 날라갈 지 몰라 긴장을 풀지 못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퇴근 때까지 사무실에서 두문불출한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강제 전역했던 한 장군은 "복도에 고개라도 내밀면 기다렸다는 듯이 댕강하고 목을 칠 것 같다"고 자조하곤 했다. 신문에 난 자신의 이름을 보고서야 '잘렸다'는 사실을 아는 경우도 있었다.

수십 명의 장군이 옷을 벗었던 만큼 반발도 거셌다. 명예와 사기를 먹고 산다는 군을 이렇게 흔들 수 있느나며 격앙된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장군은 합참의장이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물컵을 집어 던지며 울분을 토로했다. 누가 누가 연판장을 돌린다는 등, 어느 동기는 집단행동을 모의하고 있다는 등 쿠데타설이 난무했다. 기무사와 안기부, 청와대 등에서는 장군들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24시간 비상태세를 유지했다.

과감하다 못해 무모하게까지 여겨졌던 문민정부 군 개혁은 어쨌든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 군이 정치에서 멀어지는 계기가 됐고 고질적인 내부의 비리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10년이 지난 지금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구속사태를 보면서 문득 그때가 떠올랐다. 숙군으로 일컬어지던 당시에도 그런 일은 없었던 터라 군 내부의 충격은 더욱 커 보인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부대공금 유용은 그동안 군내에서 통용되는 관행인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파렴치한 인물로 매도해서 구속하는 것은 군 전체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처사라는 것. 신 장군이 유일한 호남출신의 대장이라는 점을 들어 특정지역에 대한 표적사정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군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일은 그저 재수 없이 걸렸다는 차원이나 누구를 흠집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볼 게 아니다. 오히려 사회 전반에 불고있는 개혁의 도도한 흐름이 군에도 나타난 상징적인 사건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군은 그동안 조직의 폐쇄성으로 인해 각종 비리를 양산해 온 게 사실이다. 잊을만하면 각종 비리 사건이 터져 나와 국민들을 실망시키곤 했다.

사실 신 장군을 구속시키기까지 군 수뇌부의 고민은 엄청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막판까지 주저하다 청와대측의 기류를 알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조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면담을 요청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조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는 사회 저변의 시류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대통령이 당선 이전의 측근비리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도마에 올랐고 수십 명의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수수해 영어의 몸이 된 사실이 뭘 의미하는 지 알아야 한다. 지금 사회 각 분야는 이른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던 부정부패를 뿌리뽑자고 나선 상황이다.

대다수 군인들은 진정한 개혁으로 군이 명예로운 집단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어렵고 힘들게 군인의 위치를 지키려고 애쓰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군은 개혁되어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이충재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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