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변통한 사채로 대학 설립, 가짜 예금잔액증명서로 대학재산 위장, 부인은 이사장에 딸은 가짜 조교, 장학금에 교수 월급까지 횡령…. 교육인적자원부 감사에서 적발된 강원 동해시 동해대(4년제)는 사학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비리는 다 저지른 '비리 백화점'이었다.
이 대학을 1999년 설립한 재선 의원(신한국당) 출신의 재력가 홍희표(66·사진)씨는 모집정원의 29%밖에 채우지 못하고 교수 월급도 94만원밖에 주지 못하는 와중에도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마련된 교비를 빼내 회사 4곳을 인수하고 고급빌라와 상가를 구입해 초호화 생활을 해 왔다.
홍씨의 비리는 대학 설립 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120억원 중 110억원을 단기사채로 조달, 통장을 대학설립심사위에 제출해 불법 인가를 받은 뒤 총장에 취임했다. 물론 단기 차입한 사채는 즉시 반환했다. 교육부가 재산 보유현황을 조사할 때마다 기본재산을 부동산 매입에 썼다고 허위 보고하거나 허위로 작성된 예금잔액증명서를 제출해 위기를 넘겼다.
이어 친인척 20여명을 대학의 사무처장과 총무과장 등 핵심 보직에 앉히고 부인을 이사장에 임명하면서 대학은 홍씨의 재산증식을 위한 주식회사로 전락했다. 장학금 연구비 실험실습기자재비 시설비 등 그는 돈이 될 만한 곳을 속속들이 찾아 횡령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횡령한 교비는 무려 204억6,300만원. 그는 이 중 26억원으로 제빵공장 등 4개 회사를 인수했고, 16억원으로는 토지와 호화빌라 등을 샀다. 37억원은 자신의 카드대금, 보험료, 찬조금 등 개인 생활비로 지출됐다.
그는 이와는 별도로 교비 103억5,400만원을 빼돌려 모텔 아파트 오피스텔 근린상가 등을 구입한 뒤 임대수입 9억700만원을 개인 생활비로 유용했다. 이 돈은 그의 개인 변호사비용(1,270만원)으로까지 사용됐다.
교수의 월급도 그의 탐욕을 채우는 데 이용됐다. 98∼2002년 99명의 전임교수를 새로 채용하면서 허위 계약서를 꾸며 실제 지급액을 낮추는 등의 수법으로 급여차액 9억200만원을 횡령했다.
또 자신의 딸을 조교로 임용한 것처럼 꾸미거나 교수를 허위 임용해 급여 3억6,800만원을 가로챘다. 이런 식으로 임금을 착취한 결과, 전체 교수 103명의 월 평균 수령액은 도시근로자의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94만원에 불과했다.
홍 전 총장은 교비 308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월7일 검찰에 구속됐으나 즉시 가족 등 측근으로 구성된 재단이사회를 소집해 총장 연임을 시도했고 대학정상화를 주장해온 교수 8명을 재임용에서 탈락시켰다. 이처럼 대학 설립자가 온갖 전횡과 비리로 일가족의 배를 불리는 사이 동해대는 올해 신입생 등록인원이 전체 모집정원(1,062명)의 29.6%인 314명에 그치는 등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교육부는 3월17∼4월2일 동해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여 불법 집행된 428억원(허위 출연금 포함)을 회수하고 홍 총장 등 8명의 교직원을 파면 해임 등 중징계하는 한편, 임시이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또 이 대학이 단기 사채 70억원으로 설립하려던 광희특수전문대의 설립계획 인가를 취소키로 했다. 교육부가 이미 설립계획을 인가받아 공사 중인 학교에 대해 학교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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