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까지 11일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00주년 기념 파리 국제박람회'에 전통공예 문화상품을 가지고 참가했다. 매년 열리는 프랑스 최대 규모의 박람회로 86개국에서 참가해 전시 기간 유료 입장객만도 90여만 명이나 됐다.1900년 고종 황제도 이 박람회에 칠보, 자수, 나전칠기, 나막신, 유기 등 전통 공예품을 출품시킨 바 있다. 올해는 100주년이라 그런지 특히 규모가 컸다.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이 전통 문화상품을 가지고 대규모로 참가했다. 네팔, 모로코, 기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칠레, 쿠바 등도 다양한 문화상품을 선보였다. 국제관 특설무대에서는 태국이 행사 기간 내내 발마사지, 안마, 지압 등을 프랑스어로 설명해가며 시연함으로써 '관광 태국'을 최대한 홍보했다. 아랍국들은 특유의 춤을 선보였고, 남미 국가들은 탱고를 민속악기에 맞춰 관람객들과 함께 즐겼다.
이를 보면서 '아! 바로 이것이야말로 내 나라 전통 문화예술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홍보하는 방법이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소위 민간외교의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할까.
필자는 한국 공예를 유럽에 진출시키기 위해 2000년부터 이번 파리 박람회까지 15회에 걸쳐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순회했다. 각종 전시회, 심포지엄, 박람회 초대를 받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많은 유럽인들이 대한민국을 베트남이나 중국보다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로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문화, 예술 부문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묻혀 버려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나마 눈물겹게 반가운 변화는 2002 월드컵 개최와 TGV 고속열차 구입으로 그런대로 밥은 잘 먹고 사는 나라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라는 점이다. 박람회장엔 캐나다, 미국, 멕시코, 베트남,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각기 자국 관광안내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고 명화만 선정해 전시하는 미술관, 조각관 등 열흘을 보아도 다 보지 못할 규모의 시설과 전시품으로 가득찼다.
필자는 그동안 한복 패션쇼, 국악 공연, 혁필, 채화, 민화, 인두화, 불화 등 고유 문화유산을 유럽에 진출시킬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수십 차례 청원하였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특히 이번과 같은 100주년 파리 기념전에 우리 고유 문화유산이 특별 초청을 받았으니 조금만 지원해달라고 주무 부서에 1년간 하소연하였으나 '예산 부족' '소관 사항' 등 핑계만 대며 외면하는 실무자들을 보면서 문화훈장까지 받은 전문가의 건의조차 묵살되는 문화정책을 펴고 있으니 과연 이 땅에 제대로 된 문화예술 정책이 있는지 묻고 싶어진다.
구태의연하고 탁상공론적인 '관제' 문화예술 지원 풍토가 신정부 들어서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칠용 문화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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