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미군을 '유동군'으로 보는 시각이 인상적이다. 미국이 꾀하는 해외 미군 재배치 계획은 냉전시대의 주둔군이나 배치군에서 유동군으로의 변환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하영선 교수가 얼마 전 미국 군사변환 전략에 대한 대비를 일깨우는 글에서 제시한 개념인데, 이라크 차출을 위해 주한미군을 빼면서 일고 있는 감군 논의를 보다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들린다. 변환에 따라 "역설적으로 보다 중요해지는 것은 한미 군사동맹"이라고 하 교수는 지적했다.■ 여기서 굳이 '역설적'이라는 수식이 붙는 데서 주한 미군의 감축으로 동맹에 분명히 변화가 왔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지금 한미 동맹의 변화는 여러 불안과 걱정을 자아낸다. 그러나 동맹은 원래 변하게 돼 있는 것이다. 동맹 50년이 유구한 세월이긴 해도 애초에 영구동맹이란 없다. 동맹의 사전적 정의부터가 '국가 간의 일시적 결합'이다. 서로 지게 돼 있는 동맹 상의 의무 역시 '일정한 경우'로 한정한다. 동맹은 국가의 개별적 안전을 보장하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이에 대처하는 반대동맹이 결성되기 마련이고, 동맹이라는 개별 안보는 대치하는 두 동맹 사이에 전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래서 동맹은 집단적 안보 방식에 비해 치명적 파탄을 내포한 것으로 지적된다.
■ 동맹도 일종의 거래와 같다. 비용과 보상에 대한 철저한 계산 아래 성립된다. 비용이 보상을 능가한다면 동맹은 당연히 조정된다. 조지 F 리스커, 윌리엄 라이커 등 국제정치학자들의 동맹이론에 따르면 동맹의 강도는 양측이 '동맹 이데올로기'를 얼마나 공유하는가에 달려있다. 동맹 이데올로기는 과거 경험의 공유에서 배양되고 이에 따라 미래의 계획도 구축한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동맹국 간 절차적 본질적 정례협의를 통해 동맹 이데올로기가 유지되고 결속력도 강화되는 과정을 밟는다.
■ 동맹관계에 부조가 오는 것은 동맹국의 비중에 대한 변화가 오거나 한 쪽이 동맹목적을 조정할 경우라고 이론은 설명한다. 이 때 목적에 불필요한 동맹내용이나 규모는 축소되거나 철회될 수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군사전략의 변환에 따라 추진된 것이라 해도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동맹이론에서도 금세 알게 된다. 그러나 동맹의 변화에서 더 큰 문제는 한미 양국이 서로의 속뜻이 뭔지를 명쾌하게 알지 못하는 듯한 양상이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며칠 전 한 인터뷰에서 "반미감정은 정치지도자들이 조장하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의원들의 공공연한 시각"이라면서 "외교장관 만나면 그런 얘기는 못 듣는다"고 했다. 상대의 진정이 뭘까를 탐색하고 궁리하는 수준으로 동맹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온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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