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청소년 독서 이렇게 하자]<6> 필자의 의도 읽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청소년 독서 이렇게 하자]<6> 필자의 의도 읽기

입력
2004.05.31 00:00
0 0

글을 쉽고 빠르게 읽으려면 필자의 태도파악이 효과적이다.필자의 태도는 글의 의도나 목적과 긴밀히 연관되며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필자의 태도를 효과적으로 파악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낱말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우리 시대의 교양'(이필렬 등, 세종 서적)과 같은 책도 좋은 사례. 제목에서부터 과학을 딱딱하고 엄밀한 학문이 아니라,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교양의 차원에서 풀어내겠다는 필자들의 태도가 강조되고 있다.

만일 그 자체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에 필자 태도를 짐작하기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다.

이를테면 '관습'이란 낱말 대신에 '인습' 또는 '악습'이라고 썼다면 필자의 부정적 태도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만일 '전통'이라고 썼다면 긍정적으로 파악할 가능성이 높겠고. 이밖에도 '효시(+)' '장려(+)' '조장(-)' '초래(-)' 등 그 자체가 이미 판단이 개입된 낱말들이 많고도 많다.

'어줍잖은' '무조건' '하여튼' '마구' 등과 같이 부정적인 태도가 반영된 표현들이 수두룩한가 하면, '독특한' '참신한' '바람직한' '올곧은' '창조적인' '발전적인' 등의 긍정적인 태도가 내포된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혼신의 정열을 쏟았다' 등 또는 '명색이 ∼ 인' '∼이라 자처하는'' '∼만을 앞세우고' 등의 어구들도 무척 많다.

특히 맥락의 차원에서 필자의 태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똑같은 표현이 맥락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필자의 태도를 보여주는 경우 유의해야 한다.

즉, '∼뿐이다' 같은 표현은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식으로 유일함을 강조할 때에는 바람직하지만, "사실 일반대중의 영어실력은 사회 평등과 사회 정의의 산물일 뿐이다."('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한겨레신문사)에서처럼 하찮다고 깎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되, 반어법이나 역설법 같은 수사법은 물론 글 전체의 어조(tone)를 충분히 검토해야 필자의 태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 필자의 태도는 어떠한가? "열렬한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이 영국에서 건너와 원주민(인디언)을 몰살하기 시작했고, 다른 이민자들이 뒤를 이어 그나마 남아 있던 원주민들도 깡그리 없애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소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만의 인종을 멸종시키는 일이었죠." ('권력과 테러', 노암 촘스키, 양철북·사진). 이 책을 쓴 촘스키는 미국이 저질러온 각종 국가 테러에 대해 통렬하게 꼬집는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이다. 필자의 태도를 파악하면 글이 보인다.

/허병두·책따세 대표·숭문고 교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