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상사의 구타로 숨진 피해자의 유족이 군의 무성의한 태도에 맞서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을 벌인 끝에 50년 만에 배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진상규명을 주도한 피해자의 아내는 판결 결과를 보지 못한 채 숨져 안타깝게 하고 있다.1955년 입대한 이모씨는 야간순찰을 돌던 일등중사 A씨가 "불침번 근무자가 없다"며 내무반원을 집합시킨 뒤 휘두른 둔기에 맞아 같은 해 11월 뇌진탕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군법회의에서 과실치사죄가 인정돼 징역 5월을 선고받았지만, 육군측은 이씨의 아내인 원모씨에게 "이씨가 나무에서 떨어져 숨졌다"고 통보했다.
원씨는 이씨가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이듬해부터 수차례 육군본부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한번 확인해 보겠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70년에는 가해자 A씨에게서 자필 사실확인서까지 받아 제출했는데도 육군은 "확인해 보겠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렇게 하기를 수십 년. 원씨는 2002년 4월 '이씨 사망 재조사 요구' 민원을 다시 제출했고 육군본부는 그제서야 심의를 열어 이씨가 폭행으로 숨진 것을 확인해주고 지난해 2월 이씨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했다. 이에 원씨 등은 "그동안 육군측이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최성준 부장판사)는 30일 "육군측이 사인 규명을 게을리한 책임이 인정된다"며 예산회계법상 국가 상대 소송의 소멸시효 기한인 5년을 적용, "98년 4월∼2003년 1월 기간동안 유족연금과 위자료 등 총 8,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원씨는 소송이 진행중이던 지난해 5월 암으로 사망, 결국 55년 이씨가 숨졌을 당시 원씨의 뱃속에서 자라던 이씨의 아들이 대신 배상금을 받게 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