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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53)루푸스 잘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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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의학전문기자의 여자는 왜?](53)루푸스 잘 걸리나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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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예민하게 하는 자가면역질환루푸스의 특징은 얼굴 목 팔 등에 나타나는 발진이다. 특히 코와 뺨에 '나비' 모양으로 나타나는 발진은 자외선에 노출될 때 더 심해진다. 마치 늑대(라틴어로 루푸스)에게 물린 자국처럼 피부가 붉게 변한다고 해 붙여진 병명만 봐도 발진이 얼마나 심각하게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햇빛에만 민감한 게 아니다. 추위에도 약하다. 찬 곳에 노출됐을 때 환자에겐 손가락 발가락이 유난히 푸르게 변하거나 창백해지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난다. 외부에서 균이 침입하면 더욱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진다. 우리 몸은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이를 방어하는 면역체계가 작동하는데, 루푸스 환자는 외부 병원체와 맞서 싸우기는커녕 피부 근육 관절 혈관 각종 장기들이 피아(彼我)를 구별 못하고 자신의 정상조직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환자의 95%는 여자

루푸스는 남녀 환자 수가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는 자가면역질환 중에서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힌다. 자가면역질환의 여성환자 비율은 평균 70%인데, 루푸스는 90∼95%에 이를 정도이다. 국내 처음으로 루푸스클리닉을 개설하고 장기간 루푸스를 추적해왔던 강남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김호연 교수는 "우리 병원의 루푸스 환자의 남녀 비는 1대 25"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여성 1,000명당 1명꼴로 발병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아, 현재 10만명(인구의 약 0.2%)이 넘는 환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할까

루푸스 환자는 주로 젊은 여성이다. 환자 대부분이 결혼 적령기인 30세 이하로, 90%는 15∼25세에 발병한다. 김 교수는 "루푸스가 가임기의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지 이유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인체 면역계에 만성염증과 이상 항체 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세포 내 몇몇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켜 면역세포인 B세포 사멸을 막고 자가면역 반응을 촉진시키는 것이다.

루푸스는 특히 호르몬 균형이 깨질 때 발병하기 쉽다. 김 교수는 "임신이나 출산 후, 월경기간에 잘 발생하고 또 악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루푸스가 악화되면 안드로겐(남성호르몬)과 DHEA는 감소하고, 에스테로겐 호르몬 수치는 올라간다. 이외에도 감염 스트레스 과로 햇빛노출 환경오염도 루푸스의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건강한 아기 낳을 수 있다

젊은 여성에게 임신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김 교수는 "루푸스 환자도 정상적으로 아기를 가질 수 있다"며 "임신은 환자에게 많은 신체 변화를 가져오므로 되도록 병의 활성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임신을 피하고, 병이 호전되는 시기를 찾아 임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병이 중증일 때는 상당히 강력한 약제를 투여해야 하므로, 임신은 피해야 한다. 루푸스 환자가 임신했을 때 병이 악화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많으나 국내 보고에 의하면 전체 임신 여성의 61.2%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일부 여성은 분만 후 가벼운 재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루푸스 환자의 임신율은 정상인과 동일하지만, 유산이나 미숙아 출산 확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전체 임신의 약 50%는 성공적이고, 25%는 조산, 25%는 유산이나 사산한다.

김 교수는 "루푸스 환자는 일상생활에 쉽게 피로를 느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이 가장 중요한데, 출산 후 육아를 혼자 감당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아기를 어떻게 키울지도 미리 고려한 후 임신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부작용으로 생기는 골다공증과 조기폐경

루푸스 치료제인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칼슘 흡수가 낮아지면서 골밀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더구나 루푸스 환자는 햇빛을 보면 증상이 악화돼 햇빛노출을 피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칼슘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 D합성이 줄어들어 골다공증이 쉽게 걸리게 된다. 김 교수는 "과도한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칼슘 섭취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루푸스 환자의 약 12%는 조기폐경을 겪게 된다. 김 교수는 "사이톡산이라는 면역억제제 치료 후, 혹은 사이톡산 치료여부와 관계없이 질병활성기에 스테로이드를 고용량 사용했을 경우 조기 폐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톡산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정상 월경으로 회복(33%)할 수 있다.

루푸스의 새로운 치료

과거 루푸스는 환자의 반이 생명을 잃는 치명적인 병이었으나, 최근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10년 생존률이 90∼95%에 달하고 있다. 강남성모병원에선 지난 8년간 진료했던 환자 665명중 48명이 사망했다. 추적결과 가장 흔한 사망원인은 감염으로 전체 사망자의 40%를 차지했고, 루푸스 연관 질환, 폐동맥 고혈압, 뇌혈관 질환, 혈전성 혈소판 감소증 등이 뒤를 이었다.

김 교수는 "면역체의 활동을 억제시켜 자가항체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게 루푸스의 치료 목표"라면서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 상태에 따라 질병의 경중을 구분, 비스테로이드성항염제 스테로이드제제 항말라리아제제 면역억제제 같은 약물을 처방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면역계를 파괴한 후 환자 자신의 골수나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조혈모세포 이식법도 실시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론적으론 바람직스럽게 보이지만, 아직 성공률도 낮고 사망률도 높아 보편적인 시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미 3상시험에 들어간 'LJP-39'를 포함, 여러 개의 새로운 생물학적 치료제들이 현재 임상시험 중이어서, 루푸스 치료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송영주 yjsong@hk.co.kr

●환자는 "낙천적으로" 가족은 "긍정적으로"

오랜기간 루푸스를 진료하면서, 밝고 활달한 성격의 환자일수록 병을 잘 이겨내는 것을 본다. 루푸스에 걸리면 사실 화를 잘 내고, 흥분하고, 말수가 적어지지만, 이럴수록 환자는 매사를 낙천적으로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질병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심리적 갈등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찾아 대화로 풀어야 한다.

환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 역할도 필요하다. 나는 환자가 결혼을 앞두고 있을 경우 남편될 남성과 반드시 면담한다. "신부에게는 특별한 병이 있다. 때로는 관리가 잘 안돼 상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건강한 임신 출산이 가능할 정도로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루푸스를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므로 아내에게 살면서 스트레스를 주려거든 아예 결혼 생각은 접으라고 말한다. 고맙게도 많은 남성은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도 결혼을 선택한다.

물론 일부 여성은 이 병 때문에 파혼이나 이혼을 당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여러 가지 일로 투병하며 상실감을 경험할 것이다. 그럴수록 새롭고 의미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김호연 가톨릭대 의대 류마티스내과 교수

●여성에 많은 자가면역질환

쇼그렌증후군-눈·입등 건조 경피증-피부 두껍고 단단해져

쇼그렌 증후군이란 눈과 입, 목은 물론 질까지 건조해지는 만성질환으로 여성환자가 남성보다 9배나 많다. 신체 모든 부위가 건조해질 수도 있고 일부만 경미하게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다른 질환과 연관없이 단독으로 발생하거나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경피증 등과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감염, 유전적 영향, 호르몬 변화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성 전신피부 경화증'이라고도 하는 경피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7∼12배 흔하다. 경피란 단단한 피부라는 뜻. 초기엔 손가락이 퍼렇게 되거나 창백해지는 레이노 현상 정도이나, 점점 피부가 단단하고 두꺼워지면서 손과 발의 부종, 근육과 관절조직의 변화, 식도 위 장 등 소화기의 기능이상도 온다. 폐나 신장을 침범,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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