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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신문 용어 주관적 표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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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신문 용어 주관적 표현 많아

입력
2004.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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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배우는 것이 취미인 탓인가. 나는 단어의 선택에 아주 예민한 편이다. 특히 신문에 나오는 사건을 볼 때 나라에 따라 선택하는 단어가 아주 다른 경우가 많다.예를 들면 한국 신문에 자주 나오는 '침범'과 '망언'이다. 침범은 북한 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올 때마다, 망언이란 말은 일본과 중국의 정치가가 한국의 역사에 대해 역사관에 맞지 않는 발언을 할 때 자주 나온다. 두 단어의 정의를 보면 왜 신문에 맞지 않는지 알 수가 있다. 사전에는 침범은 '남의 영토나 권리들을 침노하여 범함', 망언은 '이치에 맞지 아니하는 망령된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 신문에서 침범 같은 단어가 나오면 북한이 이미 했던 약속을 어기거나 배신한 인상이 들지만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으로서는 의미가 없는 얘기다.

망언도 마찬가지다. 원래 '망언'들은 정치가의 긴 연설 속에 나온 일부분인데 신문이 그 부분만 인용하고 발언이 이치에 맞지 않다고 평가함으로써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독자들이 내용을 보고 스스로 평가하면 되지 신문이 의미를 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뉴스에 나올 만한 발언은 그 내용을 신문에 실어 독자에게 보여준 다음 반론을 펴는 사람의 반응이나 반대적인 의견을 전달하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개인적인 의견인지 더 알기 쉽다.

'XXX씨, 고려 역사 망언'같은 도발적인 제목은 적합치 않으며, 이를 너무 많이 쓰면 신문이 아니라 타블로이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예는 외국 신문에도 자주 나온다. 요즘 이라크에서 폭발사건이나 군사적인 저항이 있을 경우 'Insurgency' (반란군, 반정부 운동집단)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미국 정부가 'Resistance'(저항)보다 Insurgency를 선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Insurgency는 정당한 정부에 대한 폭행인 반면 Resistance는 침공받은 국민들의 저항을 뜻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은 한국 독립운동가들을 폭도라 불렀다.

사설란 빼고는 사건이 일어날 때 주관을 담지 말고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뉴스를 볼 때 신문마다 내용이 다르고 나라에 따라 가치관이 달라 진실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북한 정부가 통제하는 언론들은 국익만 중시해 사실을 왜곡되게 전달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신문은 자기 나라의 가치관보다 진실에 충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데이비드 맥클라우드 캐나다인/프리랜서 번역가·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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